[2006한국경제4대가격변수] 1. 금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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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도 금리의 상승 흐름은 일단 더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판단의 근거는 역시 경기 흐름이다. 경기가 탄탄하게 계속 좋아지면 금리도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다. 하지만 경기가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으면 금리는 소폭 상승한 뒤 내림세로 돌아설 수도 있다.

◆ 내수 회복이 관건=금융시장에서는 내수 회복 정도와 그에 따른 물가 수준이 금리를 좌우할 중심 요인으로 본다. 올 들어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지갑을 열면서 민간 소비는 3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연간으론 올해 3% 성장한 데 이어 내년엔 4.5%까지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내수 경기가 장기 부진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뚜렷이 보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6%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자금 수요를 불러 금리를 자극할 설비투자 증가율도 5.4~8.5%에 이를 것으로 연구기관들은 예상한다. 올해(3.9% 수준)보다 개선된다는 것이다. 금융연구원 신용상 연구위원은 "올해 유난히 낮았던 농산물 가격이 오르고 국제유가 상승분을 반영해 교통요금이 오르면 물가도 불안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요인들을 감안하면 내년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올해 평균(4.24%)보다 0.5~1%포인트가량 더 오를 여지가 있어 보인다. 이렇게 되면 기업과 가계가 체감적으로 느끼는 금리 부담도 크게 늘어난다. 상승폭이 1%포인트라면 부채가 510조원에 달하는 가계는 5조원가량 이자 부담이 늘어난다. 반면 실질금리가 플러스로 돌아서게 돼 이자소득자들의 수입은 늘어날 수 있다.

◆ "하반기 하향 안정"=전문가들은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 금리가 오름세를 타더라도 내년 내내 지속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대체로 하반기에는 하향 안정 흐름으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정부 예상대로 연간 경제성장률이 5%에 이른다고 해도 이런 예상은 이미 상당 부분 현 금리 수준에 반영돼 있는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해 말(3.28%)보다 이미 2%포인트가량 올라 있다.

특히 국고채 금리 등 시중 실세금리의 움직임은 콜금리 인상이 종료되는 시점과 맞물려 그 흐름이 뒤바뀔 수 있다. 한은이 내년 상반기 중 콜금리 인상을 마무리하면 시중금리는 다시 내리막길로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경기가 좋아지고 있지만 기업들이 설비투자에 여전히 소극적인 점도 내년 금리를 안정시킬 요인으로 꼽힌다. 내년 물가 역시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 결국 콜금리 인상 종결과 함께 금리 상승의 심리적 요인만 해소되면 금리 흐름은 달라질 수 있다. 한일투자신탁 정원석 본부장은 "내년 초 경기 회복이 뚜렷하지 않으면 콜금리 추가 인상은 의외로 빨리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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