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사냥꾼과 호랑이의 사생결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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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준결승 1국>
○·박정환 9단 ●·탕웨이싱 9단

제10보(114~126)=10보(114~126)= 외양간으로 뛰어든 호랑이는 예상보다 더 영활했다. 슬쩍, 115, 117로 끼워이었을 뿐인데 날카롭기 짝이 없다.

황소의 내장도 단번에 훑어버린다는 호랑이의 발톱 그대로다. 피부를 할퀸 것도 아니고 스쳐 지나가기만 했는데도 피부가 불에 덴 것처럼 화끈거리고 골이 지끈지끈 울린다.

그런데 호랑이의 발톱이 어디 하나뿐이던가. 119, 121로 찌르고 끊는 공격에 숨이 턱턱 막힌다. 결국, 좌하귀 흑 대마와 우하귀 쪽에서 하변을 거쳐 좌하귀 쪽으로 이어진 백 대마의 수상전, 사냥꾼과 호랑이의 사생결단이 됐다.

122는 수상전에 대비한 최선의 수다. 외곽에서 조인다고 ‘참고도’ 백1로 틀어막아봐야 흑2로 따내면 백3이 불가피하고 흑, 백5로 회귀한다.

흑2 때 백3은 자멸의 지름길. 바로 흑4면 다시 괴로운 패가 된다. 백은, 이 패를 이긴 뒤에 b로 잇고 수상전을 벌이는 이중의 자충을 감수해야 하니 123, 125로 진행된 실전과는 비교자체가 말이 안 되는 지옥.

둔한 모양이지만 꽉 이은 126이 정수. 빈삼각의 우형으로 잇는 모양이 싫다고 백A로 느슨하게 뒀다가는 흑B로 백 2점을 뜯기는 흠집만 노출된다.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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