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소설이 늘고있다-70년대말이후 「침체기」 벗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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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소설의 시대」가 올 것인가?
지난 70년대말 많은 독자를 가지면서 황금기를 누렸던 소설이 80년대에 들어오면서 시에 그 자리를 양보하고 5년가까이 침체를 겪었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와서 소설이 부쩍많이 출판되고 있고 그 가운데는 역작이라고 할 작품도 있어 독자들에게 오랜만에 풍성한 읽을거리가 주어지고 있다.
요즘 나온 소설로서 눈에 띄는 것으로는 이호철씨의 『물은 흘러서 강』, 현길언씨의『용마의꿈』, 송기숙씨의 『개는 왜 짖는가』, 송기원씨의 『다시 월문리에서』,김원우씨의 『인생공부』등 작품집과 연재가 끝나 완간된 김주영씨의『객주』, 황석영씨의 『장길산』등이 있다.
또 곧 나을것으로는 신인작가 임철우씨의 첫창작집『아버지의 땅』 과 이호철·이문구·박완서·천승세씨등 10여명의 작품을 묶어낼 신작소설집이 있다.
「세계의 문학」에 연재되었던 이문열씨의『영웅시대』도 곧 마무리를 끝내2권으로 출판될 예정.
이들 작품중 김주영씨의 『객주』, 황석영씨의 『장길산』, 이문열씨의 『영웅시대』 등 장편소설은 그 규모의 방대함과 주제의 가치와 함께 읽을거리로서의 소설적 흥미도 지닌 것으로 소설과 독자를 가까이 접근시키는데 하나의 기폭제가 될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금까지 대중소설이 판을 쳐왔던 독서계에 던져진 이 소설들은 『장길산』의 경우 역사속에서 찾아진 민중의 저항, 『명주』 의 서민사와 해학,『영웅시대』의 6·25에 대한 재조명등으로 내용의 건실함과 함께 읽는 재미도 어느 대중소설못지 않기 때문에 대중소설의 횡행을 저지할수있을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호철·송기숙·송기원·김원우씨등의 작품은 대사회적인 시각이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
80년대 초반이 시의 시대로 특징지어진데는 시대상황이 은유나 상징이 가능한 지에 비해구체적으로 써나가야하는 소설쪽에 어려움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평론가들은 말해봤다.
그만큼 소설쓰기가 어려웠다는 것이 분명했는데 소설가들이 이제는 자신의 눈을 찾아가고 있으며 사회비판 의식의 날을 세워가고 있다고 판단해야할것 같다.
문학평론가 김병익씨는『70년대말 소설들이 독자에게 어필한 것은 문학이 문학의 카테고리안에 머물지 않고 정치·사회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또 70년대말은 그러한 작품과 독자의 요구가 잘 맞아 떨어진 때였는데 지금은 꼭 그렇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았다.
김씨는 요즈음의 작품들이 대중소설의 압도적 우세에 제동을 걸수는 있겠지만 70년대말과 같이 본격소설과 독자가 함께한 행복한 상태로 이끌기는힘들며 그것은 대중소설 독자와 본격소설 독자의 이분화가 뚜렷해지고 있는데서 찾아진다고 말했다.
어쨌든 겨우 명맥을 이어오던 본격소설이 요즘들어 많이 나오고 있는것은 작가쪽에서 써야겠다는 것, 독자쪽에서 소설을 필요로 하게되었다는것의 드러남이며 좋은 소설이 계속 나온다면 다시 소설의 시대가 펼쳐질 가능성을 보여주는것이라고 핑론가들은 내다봤다. <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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