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만으로 끝난 첫 외인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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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프로농구 첫 외국인 감독인 전자랜드의 제이 험프리스(사진) 감독이 16일 지휘봉을 놓았다. 구단은 '휴식을 준다'고 발표했지만 결국 경질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험프리스 감독은 "3라운드가 끝나면 복귀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동상이몽'이다.

전자랜드는 왜 험프리스 감독을 포기했을까? 험프리스 감독과 프런트, 선수들의 말을 종합한 결과 역시 의사소통과 농구 문화에 대한 공감이 부족했다. 험프리스의 스타일과 가치관이 선수.프런트와 충돌한 면도 있다. 주장인 문경은은 "고참 선수들만의 노하우가 있는데 감독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험프리스 감독은 외국인 선수들과도 관계가 나빴던 것 같다. 리 벤슨은 걸핏하면 "감독이 나를 싫어한다"고 투덜거렸다. 양원준 홍보과장은 "감독이 벤슨을 교체해 달라고 자주 요구했지만 선뜻 교체하지는 못했다. 득점력이 높은 벤슨을 바꾸기가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호근 코치는 "벤슨은 훈련은 거의 하지 않고 경기만 뛰었다. 게을렀고 동료와 따로 놀았다. 그런데 감독이 물러나자 동료에게 음료수를 권하고 실전처럼 열심히 훈련했다"며 벤슨의 태도를 비판했다.

박수교 단장은 "험프리스는 실력 있는 코치지만 선수들과 다투며 그 능력을 낭비했다. 걸핏하면 선수들이 '이 감독과 운동 못하겠다'며 트레이드를 요구했다"고 털어놓았다.

험프리스 감독은 미국으로 돌아갈 의사가 전혀 없다. "나는 운이 없었을 뿐이다. 휴식이 끝나면 팀에 복귀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성적이 나빴던 이유로는 "부상한 앨버트 화이트 대신 팀을 이끌 선수가 없었다. 포인트 가드부터 파워 포워드까지 해내는 화이트의 공백을 메울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선수들과 불화가 있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구단.선수와 험프리스 감독의 시각차가 컸다. 험프리스 감독은 "선수들과의 관계는 좋았다. 나는 선수들과 대등한 입장에서 대화하고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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