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선 제도에 심심찮은 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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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여곡절 끝에 지난 5월말까지 이사회구성을 마무리지은 25개 국영기업체는 제도자체가 낯선 탓인지 아직도 여기저기서 시빗거리가 가시질 않고 있다.
사장과 이사장의 권한문제, 주무부처 승인권을 둘러싼 정관개정문제, 이사장의 상근여부등등….
○…첫 번째 고민거리는 거물급으로 내정된 신임 이사장들의 의욕적인 태도. 가뜩이나 위인설관이 아니냐는 세론이 분분한 터라 경제기획원측은 기회 있을 때마다 「이사장은 집행업무에 간섭해서는 안된다」는 기본원칙을 강조하면서 김빼기작전에 나섰다.
신병현 부총리까지 직접 나서 이사장회의를 소집, 이 점을 분명히 하자 일부 이사장들은 『우리는 바지저고리냐』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기도. 공통점은 몇 년씩 쉬던 이사장일수록 새 일자리를 얻었음인지 과잉의욕을 보이고 있어 골칫거리라는 것.
모이사장은 첫 이사회에서 좌석배치가 잘못된 것을 꼬집어 호통을 쳤다는 후문.
한편 「이사장은 비상근」이라는 유권해석이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KBS의 송지영이사장은 매일 정상출근을 계속.
○…미해결상태인 가장 중요한 쟁점은 주무장관의 승인권 문제.
경제기획원측은 책임경영을 위해 직제와 보수결정을 사장에게 맡기도록 정관개정을 유도해왔으나 그 동안 문공부와 재무부·체신부 등이 직제와 보수문제만은 주무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해야한다고 반대해 왔었다.
특히 KBS의 경우 문공부측은 정관개정에 강력히 반대하고있어 경제기획원과 계속 논란을 벌이고 있다.
○…6월초 첫 이사회를 연 국민은행은 과거 이사회의 멤버였던 현재의 집행간부들이 모두 배석, 이사회를 지켜봤다.
당초 기획원의 지침에는 3개월마다 1회씩의 이사회를 갖게돼 있으나 증자등 은행경영상 주요한 결정사항을 뒤로 미룰 수 없으므로 어차피 수시로 이사회를 소집하게 될 것으로 보고있다.
이사장에 대한 대우는 기획원의 지침대로 월정액 50만원 외에 따로 50만원한도 안에서의 업무추진비를 배정, 이사들에 대한 대우는 월 10만원씩으로 정했다.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은 회의 때마다 참석이사들에게 10만원씩 지급기로 했다.
14일 이사회를 연 기은의 경우는 나웅배 이사장이 2시간 반 동안 진지하게 이사회를 사회, 은행측의 업무브리핑을 들었다.
은행이사장들의 방은 독방에 여비서 1명을 두고 공식행사때 행장실 비서들이 수행키로 했으며 비상근 이사들은 공동방에 공동여비서 1명을 같이 쓰기로 했다.
○…이환기 무역진흥공사이사장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 자신은 이사장으로서 비누인생이 되겠다고 다짐.
비누가 닳아 희생함으로써 빨래가 희어질 수 있듯이 무공을 위해 희생하겠다는 것.
농업진흥공사 장덕진 이사장은 『집행은 사장이 하는 것이니 간섭하지 않겠다』면서 『본인이 외부에서 뛰어야 할 일이 언제든지 얘기해달라』며 조용한 지원을 다짐.
또 농어촌개발공사이사장이 된 김용휴 전총무처장관도 『집행부가 하는 일이 엉뚱한 방향으로 나가지 않는 한 집행부를 도울 뿐』이라고 장차 업무집행의 한계를 명백히 했다.
두 공사 모두 첫 이사회에서는 정관개정과 업무브리핑만 처리했고 그 이후 이사회의 활동은 아직 없는 편이다.
한전 최순달 이사장은 박사장과 고교동문으로 평소에도 매우 가까워 업무관계도 무척 스무드하다. 최이사장은 지난주 삼천포화전 준공식에 공식 참석했다.
김윤호 석공이사장은 사무실에 자주 들르는 편은 아니지만 업무파악차 장성광업소를 찾는 열의를 보이기도.
유개공도 지난달 25일 이사회를 열고 정관·직제 등을 심의, 이종호 이사장은 1주일에 두세 번씩은 사무실에 들러 이원조 사장이나 집행간부들과 환담을 나누고 내주부터는 유류비축시설을 둘러볼 계획을 짜놓고 있는등 업무파악에 매우 열성적.
주택공사는 이사장에게 월정액 50만원 외에 50만원의 업무추진비를 지급키로 했다. 승용차는 로열살롱, 이사장 방은 15평 규모.
산업기지개발공사는 16일 회의를 열고 이사회운영규정 및 정관보고를 들었으며 도로공사·산업기지개발공사는 금주중 첫 이사회를 열 계획이다.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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