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전략파견종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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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본말(본말)이 뒤바뀐 모순이지만 한국의 출전종목 대부분은 소위「전략적」인 것이다.
이로인해 LA올림픽무대에서 자칫하면 태극마크를 단 한국선수들이 곳곳에서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기록할 공산이 적지 않다.
그러나 내일의 도약을 위해 오늘의 수모를 감수하자는 원대한 의지와 각오가 대규모 한국선수단의 저변엔 깔려있다. 이것은 과거 세계수준에 비해 크게 낙후되어 있다는 이유로 올림픽에 육상 동의 참가를 외면함으로써 국내 경기력의 답보와 후퇴를 더욱 부채질했었던 체험을 참고로 한 것이다.
더우기 한국은 86아시안게임과·88올림픽의 개최국이기 때문에 이러한 조치는 비록 당장의 창피와 거액의 출전경비에도 불고, 필요한 결단이었다는 것이 체육계의 지배적인 견해다.
사실 모든 스포츠의 기본종목인 육상의 경우 남자24개, 여자l7개 등 모두 41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는 황금의 메달밭이다. 그러나 한국대표 13명(남9, 여4) 중 국제육상연맹(IAAF)에서 제시한 올림픽기준기록을 통과한 선수라곤 장재근(성균관대) 김종일(동아대) 2명뿐이다. 한국육상의 현실은 그만큼 크게 낙후되어 있다.
이것도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세계선수권대회(83년8월·헬싱키)에서 총41개의 금메달중 21개를 휩쓸어갔던 공산권선수들이 이번 대회에 불참하는 바람에 한국은 육상단거리부문에서 준결승 진출이라는 꿈에 부풀어있다.
그러나 올림픽 육상에서의 준결승 진출이란 이만저만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국내 육상인들로서는 이번 LA무대에서 한국최고기록을 경신해 주였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이 있을뿐이다.
기본종목의 하나인 수영 역시 다를게 없다. 한국최고기록보유자인 방준영(성균관대)의 접영1백m기록 58초F도 세계기록보다 4초나 뒤진다.
여자배영과 자유형 단거리에 나가는 최윤희 김진숙은 더욱 까마득하다. 아시안게임 3관왕 최윤희가 올림픽에서 예선통과도 어렵다는 현실이 세계와 아시아수준의 현격한 격차를 말해주고 있다.
체조에서는 당초 3명(남2, 여1)의 선수를 보내기로 했다가 동구권의 불참으로 남자단체(6명)와 여자개인 3명을 출전시킬 예정. 여기서도 한국의 목표는 메달이 아니라 종목별 파이널경기에 진출하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여자의 경우 단체출전이 가능한데도 규정종목을 국내에선 가르치지 않아 아예 포기, 개인전에만 3명을 보낸다.
어쨌든 이들 종목은 기록경기라는 특성으로 기록비교라도 가능하다지만 승마·커누·요트 등 종목의 경우 기록비교는 커녕 국제대회 경험마저 없어 실격되지 않고 끝까지 경기를 마지기만해도 성공적(?)으로 평가될 한심한 실정이다.
결국 모든 성과는 이번 LA올림픽이 끝나고난 후 여기에 참가했던 많은 체육인들이 한국에 돌아와 86·88년에 가서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달려있다.
기형적인 편중발전과 곳곳에 불모지대로 방치됐던 한국체육은 이번 LA올림픽에서 다시한번 냉정한 평가를 받게됐다. 단순히「참가에 의의가 있다」는 고전적인 올림픽정신과는 성격이 다른 값비싼 유학이다. <김인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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