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 진단용 칩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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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HPV'라는 바이러스의 수수께끼를 한국 과학자가 풀었다.

가톨릭대 의대 박종섭(산부인과학) 교수는 한국과학재단 우수연구센터 사업의 지원을 받아 2000년부터 3년간 자궁경부암을 연구한 결과를 지난 27일 종합 발표했다.

성과는 HPV가 암을 일으키는 과정을 세세히 밝힌 것과, HPV 검사를 통한 암 진단용 바이오칩을 개발한 것으로 요약된다.

HPV는 어떤 때는 암을 유발하고, 또 어떤 때는 피부에 사마귀를 만드는 데 그친다. 박교수는 HPV가 우리 몸 속의 어떤 물질과 반응하느냐에 따라 암이냐 사마귀냐의 차이가 생기는 것을 알아냈다. 암에는 'P53'이라는 물질이, 사마귀에는 'P73'이라는 물질이 주로 관여돼 있다.

뿐만 아니라 몸 안에서 경보를 일으켜 면역 체계가 작동하게 하는 물질도 HPV 때문에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는 것을 확인했다.

박교수의 연구는 바이러스와 암의 관계를 한층 명확히 한 것으로, 자궁경부암 치료의 가능성을 크게 한 것으로 평가된다.

벤처 바이오메드랩과 공동으로 개발한 암 진단용 칩은 암 발생 전의 징후까지도 알아낼 수 있는 등 선진국의 제품보다 뛰어나다고 박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또 "세계보건기구(WHO)가 HPV와 관련해 우리 연구실과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바이러스 연구팀을 '기준센터'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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