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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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과천에 볼일이 있으니 함께 동행하자는 친구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고속버스에 몸을 싣고터미널에 도착하니 벌써 날이 어두워졌다. 지리를 잘모르는 우리는 곧장 택시를 타고 과천으로 향했다.
과천은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어디로 가느냐고 기사가 물었다. 그러자 친구는 과천엔 작년에 친척과 함께 와봤을뿐 그 집이 어디에 있는지 자세히 알지 못하고 오로지 기억하고 있는것은 숲속에 있는 조그마한 아파트라는 것 뿐이라고 했다. 무작정 숲속의 아파트만을 찾아야했던 우리는 같은고향(전주) 사람이란 핑계로 그 기사에게 아파트를 찾아달라고 떼를 썼다.
온 과천시를 헤매다보니 안양까지 오고 말았다.
기사에게 무척 미안했지만 지금 이곳에서 믿는것은 기사님 밖에 없으니 조금만 더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서울에서 택시 운전을 하다보면 같은 고향 사람이 한둘이 아닐텐데, 그 분은 비단 우리뿐 아니라 많은 분들을 도와주었으리라 확신한다.
우리집은 시내에서 버스로 10분정도의 위치에 있지만 변두리라는 이유로 택시가 잘 안다니려 한다.
얼마전 택시를 타고 우리집의 위치를 알려주자 투덜거리며 이유없이 브레이크를 밟는등 불만을 난폭운전으로 나타내 보인 어떤 기사님의 얼굴을 떠올리며 아마 그 기사님도 서울에서 같은 고향사람을 만나면 친절한 모습으로 변모되겠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전북 전주시팔복동2가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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