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호남은 '눈덩이' 고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1면

호남지역에 계속된 폭설로 농작물 피해가 늘고 있다. 제11공수특전여단 장병들이 16일 전남 장성군 남면에서 눈의 힘을 못이겨 무너진 비닐 하우스를 철거 하고 있다. [장성=양광삼 기자]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눈이 거의 매일 쏟아지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다 때려치우고 싶지만 농사밖에 없으니…."

16일 오전 11시 전북 정읍시 북면 마정리. 나희주(46)씨는 무너진 비닐하우스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포도나무를 심은 비닐하우스 두 동(1600여 평) 중 하나는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해 쇠파이프들이 휘면서 완전히 붕괴됐다. 나머지 한 동도 절반 정도가 무너졌다.

호남 지역에 16일에도 눈이 내리는 등 최근 2주 동안 거의 매일 눈이 내리고 있다.

농촌 지역에서는 비닐하우스가 줄줄이 무너지고 농작물이 눈 속에 얼어 죽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광주지방기상청은 "시베리아서 불어오는 차가운 대륙 고기압의 영향으로 눈이 주말과 휴일에도 내리고 다음주 초 잠시 그쳤다가 21일 이후 다시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록적인 폭설=전북 정읍시의 경우 4~5일 46.6㎝를 시작으로 13일 동안 사흘을 빼고 눈이 이어져 16일까지 모두 97.8㎝가 쌓였다. 단기간 적설량으로는 1969년 정읍 기상관측소가 생긴 이래 최고치다. 부안군에는 93.7㎝, 고창군에는 86.0㎝가 내렸다.

정읍.고창.부안.군산 등지에는 거의 매일 대설주의보와 대설경보가 발효되다시피 했다.

남쪽에 자리 잡아 눈이 많이 오지 않던 전남 목포시와 진도군도 4일 이후 각각 사흘과 이틀만 빼곤 눈이 내려 누적 적설량이 51㎝와 41.7㎝에 이르고 있다.폭설이 집중된 정읍과 서해안 지역의 제설 자재 사용량도 기록적이다.

군산시는 올해 확보한 염화칼슘 265t이 거의 바닥났으며, 정읍은 160t 중 절반 정도를 소비했다. 전주시의 경우 올 겨울을 대비해 25㎏짜리 8000여 부대를 준비했는데 이미 60%를 써 버렸다.

◆눈덩이처럼 커지는 피해=전북 정읍시 감곡면에서 2400여 평에 채소를 재배 중인 조병철씨는 출하를 한 달 앞둔 무를 대부분 수확하지 못하고 버렸다. 비닐하우스 25개 동 중 22개 동이 폭설에 무너지고 추위까지 겹쳐 무가 얼었기 때문이다.

눈 피해는 전북 지역에서 현재 329여억원, 전남 지역에서 1421억원을 기록 중이다. 유형별로는 ▶비닐하우스 601㏊ 575억원 ▶축사 88㏊ 484억원 ▶과수재배시설 181㏊ 270억원 등이다. 지역별로는 나주시가 404억원으로 피해가 가장 크고, 영암군 394억원, 함평군 168억원, 영광군 103억원 등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눈이 채 녹지 않은 상태에서 또 내리고 날씨마저 추워 자원봉사자 동원도 여의치 않은 형편"이라며 "가장 피해가 큰 비닐하우스의 응급 복구는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말했다.

전남 무안군 무안컨트리클럽과 전북 정읍시 태인골프장 등은 이달 5일 이후 눈이 내리지 않은 9, 10일 이틀밖에 손님을 받지 못했다. 이들 골프장은 "필드의 눈이 녹을 만하면 또 내려 13일 중 11일이나 휴장했다"고 밝혔다.

글=이해석.장대석 기자 <dsjang@joongang.co.kr>
사진=양광삼 기자 <yks2330@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