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표·신애라 부부 생후 1개월 여아 입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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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던 딸을 키우게 돼 정말 설레고 떨려요."

탤런트 차인표(38).신애라(36)씨 부부가 14일 서울 역삼동 사회복지법인 대한사회복지회에서 여자 아이를 입양했다. 가수 조영남씨, 방송인 정미홍씨, 연극배우 윤석화씨 등에 이어 스타 입양 부모의 계보를 이은 셈이다. 신씨는 이날 전화 통화에서 "아직 한 달도 안 된 아기인데 기저귀 갈아 주고 살짝 엎어 뉘었더니 혼자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린다"며 벌써 딸 자랑을 늘어놨다. "하나님이 우리 부부에게 여러 가지를 풍족하게 주셨다고 생각해요. 그 사랑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었는데 입양을 하게 돼 참 기쁩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이들 부부는 아이 이름도 '예수님의 은혜'라는 뜻에서 '예은'으로 지었다.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 안에'의 주인공으로 만나 1995년 결혼한 차.신씨 부부는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 정민군을 두고 있다. 신씨는 3월 SBS 드라마 '불량주부' 제작발표회에서 "딸을 입양해 키우고 싶다"며 입양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예은이를 데리고 온 대한사회복지회는 신씨가 3년 전부터 자원봉사를 해 온 입양기관. 대한사회복지회 국내입양부 강영님 부장은 "신씨가 매주 목요일이면 화장도 안 한 맨얼굴에 편한 옷차림으로 찾아와 세 시간여 동안 아이들을 돌봐 왔다"며 "처음엔 몇 번 하다 말겠지 했는데 시간 약속 한번 어긴 적 없이 철저해 놀랐다"고 말했다. 신씨가 예은이를 처음 만난 건 지난달 말이다. 신씨는 "예은이를 처음 봤을 때 꼭 정민이 아기 때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내 얼굴도 많이 닮았다"고 설명했다. 집에 와서도 예은이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다음 봉사 날까지 기다리기 힘들어 '중간에 보러 갈까'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일주일 뒤 예은이를 다시 만났을 때도 똑같은 기분이었다. '지금이 입양해야 할 때인가 보다'고 생각했다는 신씨. 가족회의를 거쳐 입양을 결정하기까지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신씨는 "남편은 물론, 부모님들도 새 가족이 생긴다며 무척 기뻐하셨다. 오빠가 되는 정민이도 참 좋아했다"고 밝혔다. 차씨 역시 "지난 며칠 입양 절차를 밟는 동안 가슴이 뛰어 일을 제대로 못할 정도였다"며 감격을 전했다.

사실 차.신씨 부부가 입양을 계획한 것은 결혼 이전부터였다. "우리나라 아이들을 입양해 키우는 외국인 가정 사례를 언론에서 접할 때마다 정말 존경스럽다는 생각에 나도 입양을 결심했다"는 신씨의 각오에 차씨도 흔쾌히 동의했던 것. 하지만 신씨의 어머니가 오랜 기간 위암으로 투병하다 지난해 별세하는 바람에 경황이 없어 시기가 늦어졌다.

그동안 이들 부부는 활발하게 어린이 후원 활동을 해 왔다. 차씨는 현재 중앙아동학대 예방센터의 홍보대사와 굿네이버스의 남북 어린이 희망대사로 활동 중이다. 신씨는 해외 기아 어린이들과 후원자를 연결하는 세계적 비영리단체 '컴패션'의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배가 아파 낳은 아들 정민이와 가슴 아파 낳은 딸 예은이 모두 똑같이 소중한 가족"이라는 신씨는 "입양은 숨길 일이 아니라 아이를 주시는 하나님의 또 다른 방법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아직 해외입양(지난해 통계 2258명)에 비해 훨씬 적은 국내입양(1641명) 현황에 대해 아쉬워하며, "당분간 연기 활동은 접고 아이들을 키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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