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2)치아 질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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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사람들은 몸의 건강과 치아의 건강을 따로따로 생각하는 것 같다. 치아가 나빠지면 고통스럽거나 음식먹기에 불편한 정도로만 생각했지 치아의 건강이 온 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열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다.
구강의 건강의 문과 다름없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치아를 오복으로까지 승격시켜 놓았던 지혜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치아가 과연 오복에 속하는구나』하고 느낄 때는 대부분 치아를 다 망가뜨리고 나서 돌이킬 수 없을 때에 알게되는 경우가 많다.
치아가 부실한 아이들 치고 건강한 아이들이 있는가를 한번쯤 살펴볼 일이다. 오래도록 장수하는 노인 치고 치아가 건강하지 않은 사람이 있는가도 한번쯤 살펴보자. 꼭 이것이 비례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지만 대체적으로 틀림없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 「앓는 이 뽑듯 시원하다」면서 우리들은 치아를 대수롭지 않게 뽑아 팽개치고 있지나 않은지. 공교롭게도 치아는 숫자가 많아(32개) 한 두개 없어도 큰 지장이 없으려니 생각되기도 하고 또 인공치로 갈아 끼우면 될성싶지만 실제로 인공치의 기능은 자연치의 50%정도 밖에 안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특히 이를 다 빼고 전체틀니를 한경우는 자연치의 30%밖에 그역할을 할 수 없음을 알아야한다.
그렇다면 실제로 입속을 통해서 얻어질 수 있는 영양섭취가 반이나 감소된다는 것은 결국 자기의 건강이 그만큼 손해를 보고있다는 사실과 같은 뜻이 된다. 빗물이 바위에 흠을 파듯 이렇게 조금씩 손해를 보는 양이 모이고 쌓이면 몸의 다른곳에 큰병을 일으키게되는 간접적인 원인이 될수도 있다.
후진국일수록 구강관리가 나쁘고 수명이 짧다는 사실을 굳이 내세워 강조할 필요도 없지만 우리도 선진대열에 들어서려고 하는 이즈음에 구강보건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필요하다고 보겠다.
간질환이나 암등 구체작인 생명의 위협을 주는 병 못지 않게 국민구강보건의 소홀에서 오는 국민의 건강과 수명에 대한 눈에 보이지 않는 손실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되는 큰 문제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국민구강보건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세살 버릇 여든까지」란 말이 있듯이 구강보건운동은 어릴 때부터 시작하여 여든 될 때까지 끊임없이 지속되어야하는 버릇과도 같은 것이다.
합리적인 이 닦기 교육, 상수도의 불소화, 구강위생 재료의 개발, 질 높은 치과의사의 배출등 많은 과제들이 산재해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모두가 자기치아를 소중히 아끼고 가꾸는 정신에서부터 비롯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치아의 건강은 자기의 건강이며 또한 나라의 건강이 되기도 한다. 오래 살고 싶은 욕망이 있다면 건치를 실현시키는 것부터 실천해 나가야한다.<최상묵(서울대 치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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