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공학은 불교원리와 통한다|동대 불교문화연,『종교와 유전공학』세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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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제3의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오늘의 첨단과학인 유전공학에 대한 한국 종교계의 관심이 처음으로 공개토론의 대상이 됐다.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은 10일『종교와 유전공학』 이라는 주제로 불기2528년「부처님 오신날」기념 세미나를 열고 종교적 관점에서 본 유전공학의 공과를 조명했다. 동국대교수 세미나실에서 열린 이 세미나에는 10여명의 불교·기독교학자와 과학자가 참석해 긍정과 부정의 견해를 밝혔다.
불교가 이같은 첨단의 시대적 문제를 다루고 특히 기독교 신학자 (변선환 감신대대학원장) 를 세미나 주제 발표자로 초청, 자리를 함께해 공동의 관심사를 의논해본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우선 유전공학에 대한 불교의 견해는 긍정적이었다. 불교 교리는 우주의 근본진리를 꿰뚫고 있어 모든 과학의 원리와 통한다.
따라서 바르게 실현된 과학의 세계는 미륵불이 출현하는「이상세계」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화엄경에는 유전자(DNA) 분자구조를 능가하는 수량표시가 있다.
불교는 유전공학이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해치지만 않는다면 인류문명 발전에 커다란 공헌을 할것으로 긍정하는 입장을 취했다.
김영태 교수 (동국대불교대학장) 는 『불교와 유전공학』이라는 세미나 주제발표에서 유전공학을 보는 불교적 입장을 이같이 밝히고『공익공공의 안락한 삶을 함께 누리고자하는 동체대비의 실천이 현대 생명과학의 목표가 되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문희 박사(한국과학기술원·유전공학연구센터) 는 『유전공학이 실용화 과정에서 생물학적 재해 및 윤리적 파괴등의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종교적·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소지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도『과학기술자들이 철저하게 안전관리를 하고 건전한 윤리관을 가지고 있으면 별다른 문제없이 우리의 미래를 보다 풍요롭게 해줄것』이라며 낙관적인 견해를 보였다.
김영태 교수는 불교의 기본원리중 『이세상의 모든 것은 변하며 (제행무상), 모든 존재는 절대적 독립성을 가지고있지 않다 (제법무아)는 삼법인의 원리는 세상 모든 것이 서로 의지하며 필연적 조건에 의해서 변화한다는 의미로서 과학에서의 사물의 변화법칙과 유사하다』 고 말했다.
이 법칙을 불교에서는『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생기고, 저것이 변하므로 이것도 달라진다』는 원인과 조건 및 결과의 관계를 밝히는「연기의 법칙」이라 부른다.
김교수는『이같은 불교원리가 악으로 흐를수 있는 과학을 바르게 인도할수 있는 불변의 법리』임을 강조했다.
변선환교수는『유전공학과 기독교신앙』이란 주제에서 인간은 현대판 연금술인 유전공학의 발달로「제2의 창세기」를 맞고 있다고 전제, 과학기술자들의 올바른 윤리의식을 촉구했다.
또한 유전공학의 발달은 생명의 개조와 조작을 가져와 생태계를 파괴하여 새로운「생물공해」를 낳고,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을 깨뜨려 인간을 인공으로 설계된 제품으로 전락시킬 위험조차 없지 않다고 경고했다.
그는『유전공학은 인류의 복지와 직결되어 있다고 믿는 낙관적인 견해가 무비판적으로 수용되고 있어 인류의 장래에 심각한 위협을 주고 있다』며 유전공학이 몰고올 결과에 대하여 비관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이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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