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00만원짜리 고양이?… 손님 속여 돈만 가로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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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한 마리에 수백만~수천만원 하는 희귀종 고양이 아비시니안.

평소 고양이를 끔찍이 아끼던 여의사 박모씨는 2003년 9월 서울 송파구 방이동의 한 고양이 용품점을 찾았다.

'시베리안 컬러 포인트' '아비시니안' 등 한 마리에 수백만~수천만원씩하는 희귀 고양이 사진을 둘러보던 박씨는 용품점 주인 곽모(40)씨에게 귀가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세계 최고 권위의 독일고양이협회(CFA)가 주최하는 '원쇼 그랜드 챔피언' 대회에서 우승한 수컷 고양이 한 마리를 사주겠다"는 것이었다.

곽씨는 "고양이를 기르던 할머니가 갑자기 숨져 비공식 경매로 팔리게 됐다. 5000만원을 주면 구해주겠다"고 꼬드겼다. 박씨는 그해 11월 곽씨에게 5000만원을 건넸다.

하지만 곽씨는 "독일에 갔는데 미국인이 고양이 가격으로 1억원을 제시하는 바람에 성사시키지 못했다"며 돈을 추가로 요구했다. 1500만원을 더 갖다준 박씨는 얼마 뒤 곽씨가 독일에 가지도 않았으며 돈만 챙겼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또 곽씨는 손님들에게 시베리안 컬러포인트 등 고가 고양이 사진을 보여주며 "혈통이 좋은 새끼 고양이 분양 사업으로 수억원을 벌 수 있다"고 유혹하기도 했다. "고양이 구매부터 혈통등록 등을 책임지고 해주겠다"는 곽씨 말에 속아 김모(여)씨 등 3명은 2003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고양이 구입경비 명목으로 1억여원을 건넸다 사기를 당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12일 곽씨를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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