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를 배우면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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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아침 8시 20분.
6학년짜리 아들 아이와 함께 집을 나선다.
『어머니, 다녀 오셔요.』
『그래, 너도 잘 다녀와.』
우리는 골목길에서 서로 손을 흔들며 반대 방향으로 간다. 아이는 학교로 가고 나는 버스 정류장으로 거의 뛰다시피 걷는다. 목적지까지 도착하려면 서둘러야하기 때문이다.
1주일 중의 3일이지만 잡다한 주변생활을 잊고 그 옛날의 학생기분으로 돌아가보는 아침의 외출.
9시, 교실엔 벌써 30, 40대의 엄마들이 모여있다. 제각기 책을 읽는 소리가 교실안을 가득 채운다.
친구가 사는 동네에서 주부들만을 대상으로 무료 어학강좌가 있으니 배우러오라는 권유에 귀가 솔깃하여 남의 나라말을 배우기 시작한지 두달 남짓 되었다. 몹시 어렵게 느껴지던 외국어도 조금씩 알게 되니 새삼 배운다는 것이 즐겁게 느껴진다.
오퍼상을 겅영하는 친구처럼 외국인을 자주 만나게 되는 사람들, 외국에 갈 기회가 있는 사람들, 혹은 맹목적으로 배우는 사탐들, 나름대로 모두가 열심이다.
예외가 많아서 때론 이해하기 곤란한 남의 언어를 배우며 우리 글이 얼마나 잘 만들어졌는지 깨닿게 된것도 좋은 공부이리라.
이 어학강좌가 끝나면 새로 시작될 미술강좌가 기다려진다. 사람은 일생을 배우며 산다는 평범한 진리가 아니더라도 나날이 변해가는 현대사회에 적용하기 위해서 더많은 지식을 얻고자 애쓰는 주부들에게 적은 비용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한다.
투기의 중독이 뼈속까지 스며들어 때때로 사회를 혼란시키며 신문지상에 새로운 유행어를 만들어주는 뜬 구름같은 사람들 외에도 선량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여인들이 많음에 위안을 느낀다.
이들은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을 사람들이다.
서울 성동구 홍익동 50 홍익주택가동 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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