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신소재-금속안에 수소까지 저장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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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새로운 소재들이 속속 개발돼 실용화됨에 따라 소재분야에서도 반도체에 못지않은 변혁이 일고 있다. 지금까지의 소재는 구조소재로서만의 역할을 해왔다. 즉 구조물의 한 부분으로서만 쓰여졌다.
그러나 구조소재가 아닌 기능소재들이 개방돼 소재 자체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소재자체로서 하나의 기능을 갖는 것을 말한다. 형상기억합금·수소저장합금 등이 그것이다.
또 고분자 소재의 급격한 개발은 기존 금속소재의 비중을 낮추고 있다. 금속을 능가하는 강도·내열성을 갖는 플래스틱이 금속기계의 부속품으로 제작돼 바꿔 끼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소재혁명」은 아직 태동단계에 있으나 그 무한한 가능성으로 인해 멀지않아 혁신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고분자 신소재>
주로 플래스틱으로 대변되는 고분자소재가 새로 개발돼 기존 금속재료에 대체되고 있다. 고분자 신소재로는 전기가 통하는 고분자, 전기가 발생하는 고분자, 자성을 갖는 고분자등 종류가 수십종에 이르나 현재 가장 실용화가 진전된 분야는 엔지니어링 플래스틱.
엔지니어링 플래스틱은 기존 플래스틱보다 강도·내열성·내충격성등이 뛰어나 금속대체소재로 각광을 받고 있다. 엔지니어링 플래스틱 소재로는 나일론·폴리에스터등 10여종류가 개발됐으나 우리나라에서 생산되고 있는 것은 나일론·폴리에스터 등 3∼4종류다.
코오롱은 80년 엔지니어링 플래스틱 자체개발에 착수 83년 나일론 소재개발에 성공했으며 83년 9윌 연간1천t 생산규모의 전용설비를 갖추고 생산에 들어갔다. 현재 폴리에스터 소재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동양나일론은 76년 개발에 착수, 80년 나일론 소재 개발에 이어 83년에는 폴리에스터 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럭키는 79년 연구에 착수, 83년 나일론 및 폴리에스터 소재 개발에 성공했으며 83년10윌 연간 3천6백t 규모의 엔지니어링 플래스틱 전용설비를 갖추고 본격 생산에 들어갔다.
제일합섬은 78년 연구에 착수, 80년 폴리에스터등 4개 소재를 개발했으며 같은 해 연간 1천5백t 규모의 시설을 갖췄다.
과학기술원 김정엽교수는 『금속보다 강하고 열에 잘 견디며 성형이 용이한 장점등이 있어 앞으로 많은 금속소재가 엔지니어링 플래스틱으로 대체될 전망』이라며 『일본의 경우는 수년내에 1백% 엔지니어링 플래스틱화된 자동차가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밖에 전파차단소재인 고분자폴리머가 83년 럭키의 자체개발로 실용화됐다. 고분자폴리머는 전기가 흐르는 플래스틱으로 현재 선진국에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각종 전자제품의 불요전파차단용 소재로 널리 쓰일 전망이다.

<수소저장합금>
수소의 간편한 저장을 위해서 개발된 합금이다. 금속속에 수소를 저장해 작은 부피에 많은 양의 수소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금속의 원자배열 사이에는 틈이 있는데 이 틈에 수소가 원자상태로 분리돼 들어가 화학반응을 일으켜 고체상태로 머물러 있는 원리다. 온도·압력에 따라 수소가 저장되고 방출되도록 조절할 수 있다.
한국과학기술원 이재영 교수팀은 지난 80년 수소저장합금 제작에 착수, 83년 8∼9기압에서 수소가 저장되고 3∼4기압에서 빠져나오는 철·티타늄 합금을 만들었다.

<형상기억합금>
금속의 결정상태는 열을 받을 때와 냉각될 때에 서로 다른 두가지 상(상)을 갖는다. 즉 열을 가함으로써 냉각 상태의 상을 다른 하나의 상으로 변하게 할 수 있다. 모든 금속이 다 그런 것은 아니고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니켈-티타늄 합금, 동계열 합금 등이 이러한성질을 갖는다.
한국과학기술원 신명철교수팀은 82년초 자체연구에 착수, 같은해 말 니켈-티타늄 형상기억합금 제작에 성공했다.
또 83년에는 동계열 형상기억합금제작에도 성공해 우선 온도에 민감하게 신축하는 성질을 이용, 화재경보기 전원차단기등에 실용화를 추진중에 있다. 또 김영길박사는 83년 형상기억합금을 이용한 동력장치모델을 제작했다.

<아몰퍼스합금>
일정한 결정구조를 갖는 금속이 녹아있는 상태에서 1초에 1백만도 차이로 냉각을 시키면 새로운 결정구조를 이룬다. 이렇게 만들어진 합금은 자성(자성)·강도 내식성등에서 기존 금속보다 훨씬 뛰어난 특성을 보인다.
과학기술원 강일구 재료공학부장은 지난 79년 아몰퍼스합금연구에 착수, 82년에 두께 20마이크로mm, 폭 2mm, 83년에는 폭1cm짜리 박요형 합금제작에 각각 성공했다. 자성이 강해 변압기 자심재료로 쓸 경우 기존 규소 강판에 비해 전력손실을 5분의1로 줄일 수 있어 현재 이 분야의 응용을 국내 모전선회사와 과학기술원이 공동연구중이다. 급속한 냉각이 가능해야 하므로 현재는 박막형태로 밖에 생산되지 않는 것이 흠이다. 이에 대한 이론적인 근거는 세계적으로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노봉환(고려대) 김택기(충남대)교수팀이 79년 문교부 기초과학 연구비를 지원받아 연구에 착수, 금년초 부분적으로 규명해 냈다.

<분말야금>
금속을 분말형태로 금형에 넣어 일정한 형태를 만드는 방법이다. 기존의 주물방식에 비해 에너지 비용이 적게 들어 생산가가 싸고 양산이 용이하다. 또 높은 온도에서만 녹는 텅스텐등의 금속가공에 유리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의 경우 2∼3%의 부속은 이 분말야금으로 제작되는 것들이다. 국내의 연간수요는 2천7백t정도로 25%가량을 수입해 쓰고 있다.
과학기술원 은광용교수는 『기술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뒤지지 않으나 국내 수요자들의 인식부족으로 수입품을 많이 쓰는 형편』이라며 『기계공업이 발전하려면 필수적으로 발전 해야하는 분야로 적극적인 기술개발이 아쉽다』고 말했다. <김재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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