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년간 내린 비의 가치 10조원…기상정보에 기업 성장 열쇠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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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콜라는 15%, 사이다는 10%씩 매출이 상승한다. 이 말은 기업들은 기상정보를 경영활동에 접목시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국립기상과학원 김백조(나이·사진) 응용기상연구과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기상정보라는 공공재의 활용도가 높아지면 기업도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2009년 국내 최초로 강수의 경제적 가치를 연구·발표했다. 수자원 확보나 대기질 개선 산출식도 직접 개발했다. 그는 지난달 한국물학술단체연합회로부터 강수의 경제적 가치 연구에 기여한 공로로 학술상을 수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태풍 피해와 이익을 비교 분석한 결과도 있나.
"2002~2011년 태풍 17개를 분석해보니 당시 피해액이 약 10조원이었다. 그러나 태풍이 가져온 경제적 가치도 약 1조8000억원으로 계산됐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오로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기상현상에 대한 이익과 손해를 함께 볼 수 있어야 '태풍=시설피해'라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지난 6년간 내린 비의 가치를 모두 계산해보니 10조원에 달했다. 태풍 피해를 상쇄할 정도의 가치가 하늘에서 쏟아진 것이다."

-'날씨 불황'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후가 산업활동에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기온이 20~30도 사이일 때 우유의 매출은 30도를 웃돌 때보다 8% 가량 줄어든다. 온난화로 남해안 지방에 감귤 재배 농가가 30% 정도 증가해 제주감귤이 위기를 맞고 있다. 모두 날씨가 경영활동이나 이익 구조에 영향을 주는 예들이다. 날씨 정보를 경영에 잘 활용하면 새로운 시장 창출도 가능하다. 9월에 평균기온, 최저기온, 최고기온이 평년보다 낮을 경우엔 월동무 생산이 늘어난다. 또 11월에 평균기온과 최고기온이 평년보다 높아도 생산량이 증가한다. 이런 기후 정보를 미리 알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진다."

-기상정보 활용은 민간 부분에서 적극 나서야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 관측 장비가 발달하면서 과거보다 훨씬 유용한 기상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다.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다함께 고민해야 한다. 2015년 기상청의 정책 목표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상기후빅데이터'이다. 데이터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정보로 활용될 때 가치가 있다. 내일 비가 5㎜ 온다면 편의점에서는 상품 진열에 어떤 변화를 줄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 날씨경영인증제나 기상산업진흥법이 도입하거나 기상산업진흥원이 만들어진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최근 기업들의 기상정보 활용이 늘고 있지 않나.
"활용하고자하는 욕구가 커지고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 '날씨 경영'이라고 부르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 외국의 한 항공사는 전 세계 일기 패턴을 분석해 안전한 항로, 연료비가 덜 드는 항로 등을 함께 따진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기상 지식에 기반한 경영 컨설팅이 활성화돼야 한다."

-봄비의 경제적 가치를 네 가지 측면에서 분석했는데 다른 효과는 없나.
"계량화가 가능한 효과만 산출식으로 만들어 계산한 것이다. 강이나 하천의 수질이 개선된다든지, 농작물의 생육 조건이 좋아지고 도심의 기온이 떨어지는 것 보이지 않는 효과들도 많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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