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아시아 홀대' 언제 변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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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날 회견에서 뉴스거리는 없었다. 거꾸로 아시아 외교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되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에 대해 종전의 입장을 강경한 어조로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발표문의 행간에는 "문제가 안 되는 일을 왜 자꾸 제기하느냐"는 강변이 깔려 있었다. 아소 외상은 미리 준비한 연설문에서 "개별적인 문제(야스쿠니 문제를 가리킨 듯)로 전체에 손상을 입히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나간 일을 미래에의 장벽으로 만들지 말자"고 당부했다.

문맥만 보면 모두 그럴 듯한 말이다. 누군들 과거사의 골짜기에 빠져 미래를 못 보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싶겠는가. 하지만 동북아 3국에서 왜 '전체에 손상을 입히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아소 외상은 보여주지 못했다. 그의 속내는 질문.답변 시간에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외국이 그만두라고 해서 그만둘 문제가 아니다"고 말한 데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아소 외상은 이날 일본을 '아시아의 안정세력(stabilizer)'이라고 규정했다. 동아시아 공동체 실현에 대한 강한 의욕도 드러냈다. 때마침 다음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이를 논의하는 '아세안+3(한.중.일)'정상회의와 동아시아 정상회의(EAS)가 열린다. 그런데 올해엔 1999년부터 매년 별도로 했던 한.중.일 3국 간의 정상회담과 외무장관 회담이 모두 무산됐다. 그 원인은 누구보다 일본이 더 잘 알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은 아시아의 안정세력이기는커녕 동아시아 지역통합 논의에 가장 큰 걸림돌이 아닌지 되새겨 볼 일이다.

예영준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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