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자율화 한달|「소요」잦아도 「면학」은 정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학원자율화」한달-. 경찰력이 빠져나간 대학가엔 일부 학생들의 시위는 있었지만 전체학생들의 면학분위기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동안 학내모임에서 나타난 학생들의 요구조건은 대부분 학생활동의 실질적 자율성 보장이었고 그 방법도 대체로 평온한 가운데 질서와 절제가 뒷받침 됐다. 일부학생들은 목청을 높였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구경을 하다가도 가담은 하지 않고 수업시간을 지키는 등 냉정과 자제를 잃지 않았다.
한때 병영집체교육에 이의를 제기하는 학생들도 없지 않았으나 서울대 고대 등 모든 대학이 이번 새학기에는 전례 없이 질서정연하게 병영교육을 받았고 경찰과 대치했을 때도 스스로 『질서!』『질서!』라고 외치며 질서를 지키려는 노력을 보여 성숙한 면을 나타냈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참된「학원의 자율화」를 위해서는 대학당국도 좀더 학생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고 학생들도 한발 양보할 줄 아는 서로의 노력과 자제력이 앞으로도 더욱 필요하다고 말하고있다. 80년의 5월 사태를 지켜봤던 S대 K교수(52)는『과열은 폭력을 부르게된다는 교훈을 거울삼아 교수는 물론 학생들은 타율을 자초하지 않도록 자제하고 진지한 대화를 계속해야한다.』고 말했다.

<학생들 집회 25차례>
(서울대) 개학 후 학원자율화를 위한 학생들의 모임은 4일까지 모두 25회로 거의 매일같이 있었다.
지난달14일 학원자율화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면서 본격화한 학생들의 자율화노력은 그동안 「교수님께 드리는 글」을 발표하고 「자유의 벽」이란 이름의 게시판을 교내에 설치하는 등 활동을 하면서도 비교적 학교측과는 큰 마찰이 없었다.
또 3일 하오에는 도서관 앞 광장에서 2천여명의 학생이모여 5백여 그루의 장미를 뽑아내고 학생들과의 단체면담을 거부한다고 총장·부총장·학생처장의 사퇴를 요구하거나 「대학신문」2천여 부를 불태우는 등 한때 과열된 분위기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수업에 빠지는 학생은 거의 없다.
2천∼3천명의학생이 모였다가도 강의시간이면 교실로 들어가 5백∼6백명 학생만 자리를 지키다 끝난다.
가끔 과열된 분위기는 주도 학생들의 통제에 따라 질서를 지키게되고 대화분위기를 알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학교측은 지난달23일 교수-학생 공개간담회를 통해 학생들과 대화를 했고 오는7일에도 이 같은 모임을 계획하고 있다.
거의 매일 학생들과 만나다시피 하는 이현재총장은『서울대생의 지성을 믿는다.』면서 『학생들은 지성인다운 자세를 잃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참석학생 천명미만>
(연세대) 학생대표들은 학교당국과 학내문제에 관한 논의를 계속 요구하면서 잇따라 집회를 열고 있지만 참석하는 학생들은 1천명미만으로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다.
그동안 비교적 평온했던 학내분위기는 지난달29일 외부인사의 학생집회광경 촬영으로 과열, 2백여명이 한때 철야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새 학기 들어 두드러진 현상중의 하나는 신입생들의 학생활동에 대한 무관심이 높아진 점, 「연세 컴퓨터클럽」에서 신입생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서클에 대해「관심 없다 는 태도를 보인 학생이 30%나 되어 지난해의 0·7%에 비해 엄청나게 늘어났고 대학 생활의 설계에 대한 우선 순위로 학업을 꼽은 학생이 74%나되어 신입생들이 학업에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율화위 13일 결성>
(고려대) 1, 2학년의 문무대·전방 입영 교육문제 등을 둘러싸고 학생모임의 주요안건이 강제징집 철폐, 교련교육 개선 등에 모아졌었으나 학생들의 호응은 저조한 편이었다.
모임마다 전교생의 2·5∼5%정도의 학생들이 참석, 나머지 대다수 학생은 수업에 열중했다.
지난달 22일 학도호국단주최로 열린 1차 학생총회도 전체학생 2만여명의 2·5%정도인 5백여명이 참석해 일부학생들로부터 총회의 성립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학도호국단을 중심으로 한 각 단과대학대표 12명, 서클대표 5명, 학내 언론기구대표 2명 등 19명으로 고려대학생 자율화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오는 13일 결성대회를 갖기로 하는 등 활동조직이 한편에서는 정비되고 있다. 서클가입도 매우 저조한 실정으로 예년 같으면 서클마다 1백여명이 신입회원으로 가입했으나 올해는 30여명쯤이 가입하여 학내 서클활동의 활성화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