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복지상 '장애인 인권' 대상에 윤두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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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2012년 한 장애인이 “작은 어려움이 있다”며 ‘중증장애인 독립생활연대’의 문을 두드렸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싶은데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장애인 좌석은 온라인 예매가 되지 않아 당일 현장에 가서 표를 구매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독립생활연대 윤두선(53·사진) 대표가 팔을 걷어붙였다. 극장과 정부 측에 이런 실상을 알리고 시스템 개선을 건의했다. 이후 영화관은 온라인·모바일 예매 과정에서 장애인 좌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윤 대표는 “작은 변화를 통해 장애인의 자립을 도울 수 있다. 또 그 혜택은 우리 모두에게 돌아오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15일 윤 대표를 ‘2015년 서울시 복지상 장애인 인권분야’ 대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윤 대표는 뇌성마비 1급 장애인이다. 두 살 때 뇌수막염을 앓은 결과였다. 걷고 밥 먹고 친구를 만나는 일상이 그에겐 커다란 도전이었다.

2003년 ‘중증장애인 전동휠체어 수급권 확보 세미나’를 시작으로 장애인 권익 옹호 활동에 나섰다. 팔·다리를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없는 중증장애인에게 전동휠체어는 의족과 같은 생활필수품이다. 하지만 건강보험의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그가 개최한 세미나가 언론과 시민단체의 주목을 받으면서 정부도 움직였다. 결국 2005년 전동휠체어가 건강보험 지원품목에 포함됐다. 윤 대표는 “현재 은행 현금인출기에 휠체어가 접근할 수 있게 턱을 없애고 중증 장애인도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게 혈액검사 방법을 개선하는 활동 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표를 포함해 서울시는 제35회 장애인의 날 기념, 장애인 인권분야 수상자를 이날 발표했다.

최우수상에는 시각장애인의 권익과 여성장애인을 위해 노력한 전인옥(54·여) 한국시각장애인여성연합회 여성장애인어울림 센터장이 선정됐다. 우수상은 1998년 서울장애인올림픽에서 축구 골키퍼로 뛰었던 윤정열(56)씨와 백승완(61) 가나안근로복지관 관장이 받는다. 시상식은 18일 오후 1시 광화문광장의 ‘희망서울 누리축제’에서 열린다. 시상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다.

강인식 기자 kang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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