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탈된 公州국보 탈없이 돌아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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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국립 공주박물관에서 강탈당했던 국보 제247호 공주의당금동관음보살입상(公州儀堂金銅觀音菩薩立像.사진)이 사건발생 11일 만에 경기도에서 발견됐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충남 공주경찰서는 26일 "지난 24일 장물취득 혐의로 검거된 任모(31.어음할인업.경기도 고양시)씨에게서 범행 일체를 자백받고 수배 중인 공범 朴모(35)씨를 전화로 설득, 국보 문화재를 되찾게 됐다"고 밝혔다.

◆수사=도난 문화재는 이날 오전 1시20분쯤 경기도 용인시 명지대 인근 S우유 대리점 출입문 앞 빈 화분 속에서 수건에 싸인 채로 발견됐다.

그러나 함께 없어진 고려시대 청자상감포류문대접.청자상감국화문고배형기, 조선시대 분청사기인화문접시 등 나머지 비지정 문화재 3점은 찾지 못했다.

경찰은 任씨가 지난 15일 오후 11시25분쯤 朴씨와 함께 공주박물관에 침입, 문화재 4점을 털어 달아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특수강도와 문화재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추가해 이날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했다. 경찰은 또 任씨로부터 도난 문화재 처분을 부탁받은 孫모(36)씨에 대해 장물취득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孫씨는 강탈한 문화재를 팔아주면 任씨에게 빌려준 돈 1천6백만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장물을 맡아오다 사건이 크게 번지자 경찰에 이 사실을 제보했다.

수사 결과 孫씨는 20일 오후 朴씨에게 문화재 4점을 돌려줬고, 朴씨는 25일 오후 任씨와 전화통화를 한 뒤 물건을 명지대 앞에 갖다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아직 찾지 못한 문화재 3점의 행방을 알고 있는 朴씨를 검거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한편 지난 22일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부산에서 검거한 吳모(36.전북 익산시).黃모(44.부산시 사상구)씨는 이번 사건과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대전지검 공주지원은 吳씨와 黃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한 이정민 판사는 "이들이 문화재 강탈사건과 연관이 없으나 절도 등 다른 혐의가 있어 석방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범행 모의=경찰 수사 결과 신용카드 할인업을 하던 任씨는 사업 부진으로 자금난을 겪어오다 평소 알고 지내던 朴씨의 제의를 받고 범행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朴씨에게 빌려준 5천만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으나 "고가의 미술품을 훔치면 큰 돈을 만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가담했다는 것이다.

任씨 등은 박물관 가운데 공주박물관이 평소 경비가 가장 허술하다는 사실을 소문 등으로 확인한 뒤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네차례에 걸쳐 현장답사까지 벌였다.

낮에는 관람객으로 위장해 현장과 주변을 살폈고, 심야시간 대에는 숙직자 근무 상황을 현장에서 점검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손명조(孫明助) 공주박물관장은 "강탈당했던 국보는 훼손되지 않은 원형 그대로였다"며 "수사가 끝난 뒤 국립중앙박물관과 협의해 재전시 등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주=조한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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