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약발 떨어진 부동산대책, 또 세무조사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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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8.31 부동산종합대책 이후 서울 강남의 아파트값이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많은 재건축 아파트가 부동산대책이 나오기 이전의 가격 수준을 회복했고, 값이 오른 곳도 있다. 8.31 대책으로 아파트값 상승세를 확실히 꺾었다고 자신하던 정부는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다. 여당은 야당의 반대와 서울시의 비협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국세청은 기다렸다는 듯이 부동산 투기 혐의자에 대해 일제 세무조사를 벌이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징벌적인 세금 부과나 강압적인 세무조사로 부동산값을 잡으려는 시도는 성공하기 어렵다. 우리가 누차 지적했듯이 부동산 시장은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움직인다. 지금까지 시장 원리를 거스르는 어떠한 정책도 성과를 거둔 적이 없었다. 재건축 아파트값이 비싼 것은 재건축으로 새로 지어질 아파트값이 반영됐기 때문이지 현존하는 아파트의 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 아니다.

무엇보다 재건축 아파트는 장기적으로 주택의 공급을 늘려 전체적으로 집값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당장 눈앞의 재건축 아파트값이 오르는 것을 참지 못해 재건축을 규제하고 거래를 막는 데 급급해 왔다. 이런 정책은 단기적으로 집값을 억누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론 주택 공급을 줄여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결과를 빚는다.

야당의 반대 때문에 8.31 대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조세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부동산 보유세의 실효세율과 주택가격의 안정과는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부동산 보유세의 과도한 인상에 많은 국민이 반발하고, 일부 세제에 대해선 위헌 시비가 불거진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이를 도외시하고 무차별적인 세금 폭탄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시도가 원안대로 관철되지 않는다고 해서 모든 책임을 야당과 서울시에 떠넘기는 것이야말로 무책임하다. 재건축 아파트값의 등락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할 게 아니라 양질의 주택 공급을 늘리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