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자본」없애 재무구조를 강화|20년만에 손질하는 상법개정안의 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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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회가 17일 본회의에서 상법개정 안을 통과시키기로 함에 따라 지난63년 시행된 상법이 20여 년만에 처음 개정되게되었다.
그 동안 기업의 규모와 경제여건이 급격한 변화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2O년간 법은 개정되지 않아 법과 현실간의 괴리가 컸던 게 사실이다.
이번 상법개정안중 특히 주목을 끄는 부분은 국회심의 과정에서 추가된 기업의 상호주식보유제한 조항이다.
경제개발이라는 과정을 겪으면서 대기업군의 등장이 불가피해지고 이들이 기업을 계열화해 나감에 따른 경제집중화 현상이 새로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있다.
더구나 일부기업들이 기업을 확장해나가면서 실제 자본은 투자하지 않고 계열회사간에 상호자본투자형태를 통해 자본의 공동화현상을 초래해 기업의 재무구조 부실화 현상이 나타났다.
현행 상법에 주식 양도자유란 기본원칙이 살아 있는데도 주식의 상호보유를 일부 제한하게 된 것은 이 같은 병리현상을 규제해 보겠다는 선언적 의미로 봐야 한다.
기업의 상호주식보유형태는 크게는 직접 상호소유와 간접 상호소유의 두 형태로 나누어진다.
이번 개정작업에는 직접상호소유만을 제한하고 있다.
즉 A회사와 B회사간 단순하게 상호주식을 소유하는 형태와 그 변형된 형태만을 규제하고 있을 뿐 더 발전된 형태인 순환적 상호소유 및 매트릭스적 상호소유 (일종의 복잡한 교차소유)등 간접 상호소유는 제한하지 못했다.
현재 많은 회사들이 직접상호주식을 소유하는 초기형태를 넘어서 간접 소유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 만큼 이 경우 별도의 대책이 마련되게 될 것 같다.
기업의 이 같은 상호주식보유는 타 법률이나 조치에 의해 이미 일부 제한돼 왔다.
독과점규제 및 공정거래법에는 법인이 타 회사의 주식을 10%이상 소유할 경우에는 이를 기획원 장관에게 신고토록 되어있으며 이 경우 기획원장관은 기업 결합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 시정명령을 할 수 있도록 명문화되어 있다.
또 은행의 여신관리협정에서 기업의 자기자본비율을 따질 경우 겉으로 표시된 총자본을, 보지 않고 계열기업연결재무제표에 의한 순 자본비율만 보도록 되어 있다.
다시 말해 그룹회사가 상호주식을 보유하거나 투자함으로써 생기는 가공의 자본금은 제외한다는 의미다.
주식의 상호 보유 제한에 대해선 외국에서도 직접상호소유만을 제한하는 게 보통이다.
일본의 경우 우리와 같이 모회사가 50%이상 자회사의 주식을 가졌을 경우 자회사는 모회사의 주식을 못 갖도록 하고 있으며 25%이상∼50%미만의 경우 주식은 갖되 의결권을 못 갖도록 하고 있다.
서독과 프랑스의 경우 기업이 다른 기업의 주식을 25% 또는 10%이상 가졌을 경우 의결권을 가지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우리의 이번 개정안은 일본의 규정보다는 강한 편이다.
그 이유는 이미 독과점규제법 및 증권거래법에서 기업이 기업의 주식을 10%이상 소유할 경우 신고토록 한 현행조항들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본래 주식회사제도란 소액의 자금을 모아 기업자금으로 만들기 위해 생겨난 제도인데 기업과 기업이 상호 주식을 소유할 경우 소액자금 동원한다는 주식회사의 실질적의미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소액투자가들이 가공자본으로 이루어진 껍데기 회사를 알맹이 있는 회사로 잘못 알고 투자를 하거나 돈을 빌려줄 경우 이의 피해는 실로 엄청나다.
아뭏든 이번 개정이 모든 계열기업의 주식 소유형태를 제한하지는 못했으나 이 같은 사회적 문제점을 시정해야겠다는 정책의 의지가 법에 반영된 점은 평가할만 하다. <문창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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