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의 재고 약속 ″다음에〃보자는 것|무협고문변호사 김석한씨가 풀이한 TV덤핑 판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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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 워싱턴에 있는 애널드 앤드 포터 법률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김석한 박사는 무협의 고문변호사로 대미로비창구를 맡고 있다. 최근에 한미간의 경제현안문제로 걸려있는 컬러TV 덤핑 안정문제에 대한 자문을 위해 서울에 왔다. 반덤핑문제에 관한 미국의 시각과 대책을 기고해 왔다. <편집자주>
현재 한미간에 야기되고있는 컬러TV덤핑판정에 대해 큰 관심이 쏠리고있는데 이에 대한 정확한 해석과 절차를 알아두는 것이 필요하다.
일부에서는 미 상무성이 한국의 재심 청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낙관적인 견해도 있는 모양이나 이는 반덤핑절차에 대한 정확한 해석이 아니다.
미상무성은 한국산 컬러TV의 덤핑여부를 알기 위해 조사한 기간이 지난 82년4월1일부터 83년3월31일 이었다. 이 기간 검사 후 예비판정(83년10월19일)에서는 덤핑 마진 율이 3·15%로 나타났다. 그리고 지난 2월24일 최종판정 때는 이보다4배를 훨씬 넘는 14·6%를 매겼다.
미국이 한미 상공장관 공동성명서에서 한국산 컬러TV 덤핑판정에 대해 충분하고도 신중히 고려하겠다고 한 것은 지난 82년4월부터 83년3월말까지 거래된 한국TV의 덤핑여부를 「재조사」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반덤핑에서는 과거지사를 다시 따지는 재조사를 실시하는 일이 없다.
컴퓨터가 고장나 숫자가 잘못 계산됐다면 며칠만에 시정해주는 일은 있으나 이미 내린 덤핑 마진 율을 다시 조사해서 조정해주는 일은 없다.
미 상무성이 한국컬러TV의 덤핑판정을「신중히」고려하겠다는 것은 ①83년10월19일부터 오는4월 중순까지 한국에서 수입된 제품의 실질적인 덤핑마진에 조사를 앞당겨 실시하며 ②이 조사에 필요한 기간이 보통 1년∼1년 반이었던 것을 90일 단축시킬 것을「고려」하겠다는 것이다.
미상무성의 모 국장은 이 같은 조기조사마저 실시될 가능성은 희박할 것이라는 의견을 우리에게 전달했다.
이 조기조사는 한국기업에 어떤 의미를 주는가. 만약 오는 4월9일 있을 예정인 ITC (미국제무역위원회) 최종판정에서 한국산 컬러TV가 미국업체에 타격을 준다고 선언되면 7일 후에 반덤핑 관세부과 명령이 내려질 것이다.
한국기업들은 지금까지 평균 14·6%의 덤핑관세에 해당되는 유가증권을 세관에 예치해 왔으나 이날부터는 현금을 내놓아야한다. 만약 조기조사가 실시된다면 이 현금예치 대신, 90일 동안 유가증권을 낼 수 있어 자금압박을 덜 받게된다.
더 중요한 것은 90일간의 조기 조사에서 덤핑 마진 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면 14·6%의 고율 관세를 적용 받지 않고 이보다 훨씬 적은 새 마진 율이 적용된다.
높은 관세부담기간이 약1년 앞당겨 끝나게 되는 셈이다.
미상무성은 당초에 이 같은 조기조사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가 한미상공장관회담에서 한국 측 요청에 따라 이를「신중히」고려하겠다고 했다.
만약 미국이 조기조사에 응한다면 한국기업이 해야할 일은 새로운 조사기간 (83년10월19일∼84년4월 중순)중의 자료를 충실히 마련해 마진 율을 조정하는 일이다.
미상무성은 최근 한국산 컬러TV에 대한 최종판정을 내리면서 다음과 같은 불공평절차를 밟았다. 첫째 전례에 의하면 이번 컬러TV처럼 복잡한 경우에는 제소를 당한 기업체가 충분히 자료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 예비 판정기간을 50일 연장하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미 측은 이를 거부했다.
둘째 미 측이 한국에 조사 나왔을 때 예전과는 달리 주요 항목은 보지 않고 각 기업체의 하루경비에 관한 거래명세서 등, 지엽 말단 적인 각종 증빙서류 제출을 계속 요구해왔다. 이런 조사에 응하려면 큰 메이커들은 적어도 2주일 이상의 조사기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조사기간이 1주일밖에 안돼 문제가 생긴 것이다.
셋째 미상무성도 조사기간이 충분치 못했다는 것을 알고 2차 조사 실시를 국내업체에 통보했는데 이마저 갑자기 취소해 버렸다.
미 측은 중요한 자료들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최종 판정을 내렸던 2월24일 아침에 국내전자업체에 관련된 변호사들에게 처음으로 알려주었기 때문에 판정결과를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
반덤핑제소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가격조정이 필요하다.
미국의 업체현황을 잘 살펴보았다가 불황을 겪거나 하면 대미 수출물량을 자체조정하며 미국에서 조용히 홍보활동을 강화해 왜 한국의 내수가격이 높은가를 넌지시 알려줄 필요가 있다.
즉 한국 국내시장가격에는 약30%의 세금이 포함되어 있어 수출가격보다 높다는 것을 미국사람들은 전혀 모르고 있다.
국내에서 발생되는 경비(아프터서비스 요금 등)를 고정비가 아니고 변동비로 처리하면 미상무성은 이를 판매비용으로 인정, 국내가격에서 공제해주기 때문에 국내가격이 내려간다.
또 하나 중요한 방법은 자체 선박을 이용해 미국에 수출하면 선박회사의 이윤이 없어지기 때문에 경비가 줄어들어 결국은 수출가격이 높아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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