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범죄의 심리적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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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요즘 우리 주변에서 보는 범죄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흉포화」다.
흉포한 범죄가 전부터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도시화와 산업화사회에서 아주 흔히 일어나는 범죄라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흉포화의 양상은 살인을 포함한 인명살상 행위로 드러나지만 그 범죄구조의 밑바닥엔 인간성의 부정과 말살이라고 하는 철저한 반인간주의 의식이 도사리고 있다.
철저한 반인간주의는 인간의 가치를 전적으로 무시하고 오로지 목적의 노예로서 인간을 물건처럼 생각하는 의식구조다.
설혹 사람의 목숨을 뺏는 경우에도 그들은 양심의 가책이나 죄악감을 느끼지 않는다.
흉포하고 잔혹한 범죄라도 때로는 우발적이라거나 자기방어의 본능에 기초해서 예상치 않게 저질러지는 경우도 있다.
역설적으로 상대의 부정과 비인간성을 증오해서 저질러지는 흉포한 범죄조차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것이 아니고 자기범죄를 합리화하고 단지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무부한 인명을 살상한다든가, 대수롭지 않게 사람을 해치고마는 이들의 범죄는 결코 용서할수 없는 가증한 것이다.
범죄를 하려고 집을 고르다가 우연히 문이 열린 집안에 들어가 주부를 살해하고 물건을 훔친 최근의 사건이 그런 실례다.
그 때에도 우리사회에서는 적지않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고 형언할수 없는 비애를 맛보았다.
운수가 사나우면 우연하게 저토록 잔혹한 범죄의 희생이 될수있다는 사실에 전율하기도 했다.
그러나 엊그제 대낮에 가정집에서 어린남매를 장농에 가둔채 불을 지르고 달아난 강도사건에 접하고 많은 사람이 통한과 분노를 함께 느꼈다. 어린이들은 다행히 이웃의 도움으로 목숨은 건졌지만 범죄의 악의와 비정엔 그저 어이가 없을 뿐이다.
이토록 이 사회가 인정에 메마른 사회가 되었는가 하고 개탄도 했다.
범죄의 양상은 물론 상황에 따라 변할수 있는 것이지만 우리사회의 비인간화와 가치 몰락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개탄도 된다.
사회학자들에 따르면 가치혼란에 직면한 사회에서는 범죄도 그처럼 흉포화하게 마련이라고 한다. 또 혹은 인플레가 극심한 경제적 혼란기에 투기심리와 난폭한 범죄가 빈발한다고도 한다.
새삼 경제적 불안정과 혼란이 얼마나 가증스러운 사회적 폐해를 몰고 오는지 알수 있다.
다만 우리사회의 성원들이 인간의 가치를 존중하며, 사회윤리에 투철한 정의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는지는 역시 반성해 보아야겠다.
흉악한 범죄는 물론 개인의 도덕적·법적 책임의 영역이지만 다른 일면 그런 개인을 만들어 내고 있는 사회구조 자체의 문제요, 질환이라는 인식도 있어야 겠다.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우리사회 전체성원의 합치된 자각과 노력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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