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성악가 뮤지컬 외도? 호기심에 이끌렸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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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임선혜가 너니?’란 말 많이 들었어요.”

 뮤지컬 ‘팬텀’의 여주인공 크리스틴 다에 역을 맡은 소프라노 임선혜(39)는 캐스팅 발표 당시의 주변 반응을 전하며 웃었다. 그의 뮤지컬 출연 소식은 클래식 음악 팬에게도, 뮤지컬 팬에게도 깜짝 놀랄 소식이었다. 세계 정상급 성악가의 뮤지컬 출연은 선례를 찾기 힘들다. 그는 클래식 중에서도 ‘고(古)음악계의 디바’로 불리는 스타 성악가다. 2018년 공연 일정까지 짜여있다. 28일부터 7월 26일까지인 뮤지컬 ‘팬텀’ 공연기간 중에도 세 차례 출국해 해외 무대에 선다. 7월 해외 공연은 세계적인 지휘자 주빈 메타와의 협연이다. 이달 4일에도 프랑스 파리 ‘필하모니 드 파리’에서 바흐의 ‘요한수난곡’ 공연을 했다. 공연 직후 귀국한 그를 7일 서울 내수동 카페에서 만났다.

28일부터 ‘팬텀’ 주인공으로 서울 충무아트홀 무대에 오르는 성악가 임선혜. [사진 EMK 뮤지컬컴퍼니]

 - 어떻게 ‘팬텀’ 무대에 서게 됐나.

 “2년 전 ‘팬텀’ 연출자(로버트 요한슨)에게 출연 요청 e메일을 받았다. 당시로선 뜬금없는 제안이었다. 그리고 지난해 5월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공연할 때 연출자가 찾아왔다. 내가 자신이 생각하는 ‘완벽한 크리스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인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 ‘팬텀 오브 오페라’를 보고, ‘팬텀’의 대본과 비교해보라고 했다. 두 작품은 원작은 같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팬텀’의 이야기가 더 깊었다. 마음이 기울기 시작했고, 내 특성인 ‘호기심’과 ‘의심’을 자극했다.”

 - 클래식계 반응은 어땠나.

 “선생님들(롤란트 헤르만, 박노경)은 ‘잘 해보라’며 격려해주셨다. 외국 동료들도 반겨줬다. 한국 친구들이 더 놀라고 걱정을 많이 했다. ‘대중예술 맛을 보면 클래식으로 돌아오기 힘들다’ ‘관객들이 ‘외도’를 한 성악가의 음악을 순수하게 안 봐준다’ 등의 우려가 많았다.”

 - 스스로 그런 걱정은 없었나.

 “어디서든 어우러지면서 거기서 자연스럽게 빛이 배어나는 게 진정한 고상함이라고 생각한다. 뮤지컬을 통해 사람들에게 부담없이 다가갈 수 있다는 게 좋다.”

 - 오페라와 달리 뮤지컬에선 마이크를 사용한다. 노래하기 더 쉬울 것 같다.

 “아니다. 훨씬 어렵다. 성악가는 공연장 전체에 목소리가 울리도록 발성법을 배우고 훈련한다. 뮤지컬에서 그렇게 했다가는 마이크 볼륨 조절이 안 되고 상대 배우와의 균형도 안 맞는다. 뮤지컬 발성법을 새로 배우고 있다. 또 그동안 외국어 발성을 주로 배웠기 때문에 한국말로 노래하는 게 힘들다. ‘팬텀’을 하면서 우리말을 내 발성에 적응시키는 훈련을 하고 있다. 외국말로도 현지 사람들을 감동시켰는데, 우리말로 못한다면 내 자존심 문제라고 생각한다.”

 - 뮤지컬 배우들과의 작업은 처음일 텐데.

 “3월 2일 연습을 시작했다. 주인공 ‘팬텀’ 역을 맡은 류정한 배우는 학교(서울대 성악과) 선배다. 내가 저학년일 때 류 선배는 복학생이었다. ‘팬텀’역의 또 다른 배우 박효신도 보통 노래 실력이 아니다. 처음엔 내 목소리가 어울릴까 의심하기도 했는데, 어느 장르든 노래를 잘하면 다 통한다는 걸 알게 됐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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