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총리 퇴진시키고 장도영 옹립’ CIA 서울 요원 또다른 쿠데타 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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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엔 박정희 소장이 준비하던 5·16 말고도 또 다른 쿠데타설이 난무했다. 해병대 궐기설, 족청(族靑)계 거사설 등이다. 김포의 해병1여단에선 오정근 대대장, 조남철 부연대장(이상 중령), 최용관 인사참모(소령)가 단독 쿠데타 계획을 세웠다. 61년 2월 여단장으로 취임한 김윤근 준장이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됐다.

김 준장은 이미 박정희 소장, 김동하 예비역 소장(해병1사단장 역임)에게 포섭돼 있었다.

김윤근 여단장이 오정근 대대장 등에게 “육군에서 군사혁명을 추진하고 있으니 여기에 합세하자”고 설득했다. 해병대 궐기설은 실체가 있었으며 최종적으로 5·16 거사에 편입됐다. 족청계 거사설은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다. 족청은 독립군 출신인 이범석 초대 국무총리가 만든 민족청년단이란 조직이다. 군 내 실력자인 박병권 소장이 족청계의 대표적 인물이었다. 족청계 거사설은 전혀 엉뚱한 방향에서 그림자를 드러냈다.

 61년 여름, 김종필(JP)의 중앙정보부는 ‘미국 측의 장면 정부 전복 음모사건’을 밝혀낸다. 미 CIA의 한국지부에 근무하던 크래퍼(가명)라는 요원이 장면 총리의 정치고문으로 있는 도널드 위태커와 함께 정부 전복 공작을 꾸몄다는 것이다. 크래퍼는 장면 정부가 공산주의 침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무능·혼란 정부여서 정권을 교체하려 했다고 한다.

다음은 JP의 증언. “크래퍼는 장면 정부를 뒤집고 새로운 지도자로 장도영 참모총장을 추대하려 했다. 장 의장은 결국 크래퍼의 쿠데타와 박정희 장군의 거사, 양쪽에 다리를 걸치고 있었던 셈이다. ” JP는 당시 CIA의 서울 지부장인 피어 드 실바(사진)도 크래퍼의 음모를 인정했다고 말했다. JP와 실바는 사안의 민감성과 폭발력을 감안해 이를 덮고 기록에도 일절 남기지 않기로 했다. 대신 양측 합의하에 두 사람을 오산 미군기지에서 비행기에 태워 미국으로 추방했다. 실바 한국 지부장은 그 뒤 월남 책임자로 옮겼다. 『서브 로자(sub rosa·비밀)』라는 회고록을 남겼다.

정리=전영기 기자, 유광종 작가 chun.youngg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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