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대기업·중견기업 … 회춘 묘약은 신사업 발굴할 기업가 정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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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대한민국 벤처기업의 수는 2013년 기준으로 전년보다 3.3% 증가했다. 매출이 1000억원을 넘는 벤처기업도 453개로 늘어났다. 정부는 이런 성과를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이런 단기간의 성적표는 놀랄만하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게 있다. 벤처 뿐 아니라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신(新)사업’에 진출해 계속 성장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가 정신’ 특히 ‘사내 기업가정신(Corporate Entrepreneurship)’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한국은 1960년대 정부 주도로 석유화학·조선·철강 산업을 일궈냈다. 90년대엔 전기·전자·자동차 산업 등이 추가적으로 주축의 대열에 올라선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하지만 ‘국가대표급 수출품’의 경쟁력은 최근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금부터라도 늙어가는 대기업·중견기업이 어떻게 하면 젊어질 수 있을까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특히 벤처기업의 상당수가 국내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납품을 한다. 결국 이들 기업의 ‘노쇠화’는 미래 먹거리라는 벤처기업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대기업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58조원에 이른다. 지금 대기업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현금자산을 활용해 신사업을 개척할 인재다.

이제 기업 오너의 추진력 만으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신사업을 육성하기 힘들다. 창의성 분야의 석학인 미국 하버드대의 아마빌 교수는 “혁신에 바탕을 둔 직무환경의 구축은 개인과 조직의 창의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이런 창의성이야말로 ‘사내 기업가 정신’을 키우는데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혁신적 직무환경을 갖추기 위해선 ‘조직의 관리방식’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에 근무한 어느 외국인이 “한국 회사는 야근이 많고 노동생산성이 낮다”며 “반면 상명하달식 의사소통에 진솔한 소통이 부족하다”고 기고한 것을 본 적이 있다. 이처럼 전통적인 한국적 관리방식은 혁신성·창의성을 저해하는 대표 요인으로 학계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더해 한국은 40년간의 압축성장 영향으로 ‘빨리빨리’로 통하는 속도와 효율성 중심의 기업 문화가 팽배해 있다. 정부는 ‘창조경제’의 성과를 위해서 금전적 지원을 하는 것에 더해 창의성이 발현되는 사회구조와 문화를 확산하는 것에도 더 애를 써야 한다.

이규태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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