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내셔널 스펠링 비' 우승자 정수인양 "영단어 어원 알면 오래 기억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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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펠링 비’ 대회 현장. 마지막 단어 문제는 합체라는 뜻의 ‘coalescence’였다.

“모르는 영어 어휘를 만나면 꼭 사전을 펼쳐봐요. 어원을 확인하고 예문을 읽어보면 뜻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기억에도 오래 남아요.”

 지난달 24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열린 ‘2015 내셔널 스펠링 비‘(NSB)에서 최종 우승자 정수인(부산 외국인학교 6)양은 ‘어원 공부법’을 우승 비결로 꼽았다. 정양은 지역예선을 거쳐 총 66명이 참가한 본선에서 접전 끝에 우승했다. 마지막 결선은 중학교 3학년인 서울 둔촌동 오승택군과 펼친 10번의 맞대결이었다. 정양이 맞힌 마지막 단어는 ‘합치다, 합체’라는 뜻의 coalescence였다.

 정양의 어원 공부법을 설명하면 이렇다. 매뉴얼(manual·수동의)이란 단어는 손을 뜻하는 마누스(manus)라는 라틴어에 어원을 둔다. 매뉴얼을 암기하면서 어원인 마누스를 알아두면 매뉴팩쳐(manufacture·제조하다)·매뉴스크립트(manuscript·원고) 같은 단어를 만났을 때 뜻을 유추할 수 있고 암기하기도 쉽다. 정양은 “어원을 알아두면 어휘 하나에서 끝나지 않고, 한 개의 단어가 여러 단어로 연결이 돼 사다리 타듯 단어를 배울 수 있어서 영어가 재미있다”고 말했다.

 

어원을 알아두면 발음을 기억하기도 쉽다. 프랑스어에서 유래한 단어 중엔 단어의 철자가 ‘et’로 끝날 때 에이(ei)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 발레이(ballet·발레)·버페이(buffet·뷔페)·구르메이(gourmet·미식가) 등이 대표적이다. 윤선생 국제영어교육연구소 이보영 책임연구원은 “영어 어원은 한국말에서 한자의 소리와 뜻을 이해하는 것과 같다”며 “영어 어휘는 그리스어·스페인어·라틴어 등 다양한 언어에서 유래되었기 때문에 어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정양의 또다른 비결은 다독이다. 어머니 최정원(40·부산 남천동)씨는 “운 좋게도 집 바로 옆에 구립도서관이 있다”며 “시간 날 때마다 수시로 아이와 함께 도서관을 찾는다”고 말했다. 도서관을 놀이터 삼은 거다. 그렇다고 책을 억지로 읽히진 않았다. 최씨는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며 “책을 편하게만 받아들이게 만들어주면 자연스럽게 책을 집어 든다”고 조언했다. 정양은 요즘 조금 어려운 영어 책에 도전 중이다. 미 시사 주간지인 타임을 읽고 CNN·NBC 등 영어 뉴스를 청취한다. 정양은 “어려운 단어가 나오면 사전을 찾아보고 예문을 함께 읽다보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셔널 스펠링 비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영어 철자 맞추기 대회인 ‘스크립스 내셔널 스펠링 비‘(SNSB)의 한국 대표를 선발하는 국내 대회. 영어 어휘의 어원·예문·발음·뜻 등을 듣고 영어 철자를 맞추는 대회다.  

정현진 기자 Jeong.hyeon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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