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서울대논술] 어떻게 바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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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예시문항을 통해 윤곽이 드러난 서울대의 2008학년도 정시모집 논술고사의 출제 방향의 골격이다. 또 인문계열에서만 실시하던 논술이 자연계열로 확대되고, 2500자 답안 분량의 한 문제 출제에서 300~1600자 분량의 '세트형' 문항 복수 출제로 바뀌는 것도 외형적 변화다.

서울대는 새로 도입하는 '통합교과형' 논술이 교육부의 논술고사 기준(가이드라인)을 지키면서도 비판적인 사고력과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 논리적인 서술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라고 밝혔다.

◆ 인문계열에도 수리논술 출제=인문계열 예시문항 중 '문자열의 변화에 대한 경우의 수와 확률 구하기'를 소재로 한 수리사고력 문항(2번 문항)이 포함됐다. 직접 답을 구하라는 것이 아니라 풀이 과정과 답을 제시하고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친구에게 설명하라는 형식이다. 문제 풀이를 논리적으로 완성하는 문제인 셈이다.

서울대 입학관리본부는 "단순한 수학적 지식을 요구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과정을 이해하는지, 논리적 설명이 가능한지를 묻는 문항"이라고 설명했다.

이혼율 관련 제시문을 통해 통계자료 분석 능력을 측정하는 문항도 제시됐다. 앞으로 주어진 통계나 조건 등의 자료를 해석하고 응용 평가해 논제를 해결하는 문항도 포함될 수 있다는 게 서울대 측 설명이다.

◆ 교과서 지문 주로 활용=교과서에 나온 제시문이나 주제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게 특징이다. 인문계열 예시문항 제시문으로 고교 도덕 교과서의 '정보화 특성', 사회 교과서의 '시장과 정부의 규제', 경제 교과서의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등이 인용됐다. 사교육 없이 학생 스스로 준비할 수 있도록 출제하려는 의도에서다.

고려논구술연구소 오장수 소장은 "언어논술의 경우 예시문항 상당수가 교과서 내용이어서 학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그만큼 부담이 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대는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영어 제시문은 사용하지 않지만 한자는 혼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 예시문항 중에는 한자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 고전적인 논술 형식도 병행=기존 서울대 정시 논술은 장문의 제시문 2개를 주고 논제에 따라 서술하는 고전적인 형식으로 출제됐다. 2008학년도에도 일부 문항은 이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인문계열 3번 예시문항이 그런 경우다. 경제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정부 개입이 옳으냐, 시장이 옳으냐에 대한 관점을 서술하는 문제로 고전적인 논술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다만 기존 논술은 논제가 하나로 제시되는 통글 형식인데 반해 이번 예시문항은 3개의 논제로 세분화돼 단계적으로 논술해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 이는 그동안 수시 논술에서 나타났던 형식이다.

◆ 통합교과형 문제 위주=자연계열의 논술 예시문항은 각 교과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내용이다. 면접고사에서 수학.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의 세부 과목 형태로 출제됐던 것과 다르다. 논술에서 보다 통합적인 사고력을 측정하려는 취지다. 자연계열 2번 문항은 수학과 물리, 3번 문항은 생물과 물리, 4번 문항은 지구과학.생물.물리의 통합 문제다.

3번 문항은 수험생이 생각하는 바를 생물학적인 방식으로 접근할 수도 있고, 물리적 또는 환경적인 사안으로 접근할 수도 있는 내용으로 답을 묻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원리에 맞춰 기술하는 것을 평가하려는 취지다.

또 관련 교과의 지식 유무를 떠나 개념이나 원리 이해 능력과 창의력을 평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문항 대부분이 직접 답을 구하는 것보다는 풀이 과정을 일반화하거나 문제의 해결 상황에 대한 논리적인 설명, 과학적 원리에 대한 서술 중심이었다.

유웨이중앙교육 강신창 논술팀장은 "반면 기본 개념 원리에 충실한 학생이라면 면접고사의 형태보다 이번 예시문항이 훨씬 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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