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문화광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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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청소년의「문화광장」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구상이 7일 공개되었다.
올해 안에 청소년연맹, 문교부, 서울시와 협의해서 기본계획을 세우고 내년에 서울에 우선 조성한 뒤 연차적으로 전국에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그 구상은『청소년의 건전한 모럴형성을 위한 양질의 문화공급 확대와 건전한 문화환경의 조성』이라는 시책의 목표만이 설정되어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공간을 만들지에 대해 제시가 없다.
다만 막연하나마 그「문화광장」에는 상설 실내외 공연장과 음악감상 실·비디오 실·전시실·도서실과 오락시설을 갖추게 되리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 만큼 정부의「문화광장」구상이 과연 어느 정도의 규모와 설비를 목표로 한 것인지 분명치 않지만 청소년들에게 문화환경을 마련하겠다는 정부의 의도 자체는 반가운 것이다.
그것은 정부가 지금까지 청소년의 문화환경 조성에 별다른 업적을 내놓은바 없었다는 반성의 측면에서나 나라의 고급문화를 형성하는 밑받침으로 청소년문화의 진작은 매우 바람직한 것이라는 관점에서다.
과거에 정부는 청소년을 위해 청소년회관을 만들고 수련원·복지원·수양관·훈련원·캠프장·유드 호스텔 등 시설을 마련한다고 했지만 그것은 전국적으로 수와 질에 있어서 극히 미흡한 수준이었다.
때문에 우리 청소년들은 진정한 의미에서 생활을 배우고 익히며 즐길 문화공간의 결핍증을 앓고 있었다.
기껏 여가가 있어도 텔리비전에 붙어 앉거나 전자오락실을 찾을 뿐 청소년시대의 꿈과 상상력을 키울 문화소양의 기회는 철저히 박탈되고 있었다.
청소년들을 우범지대에 방치하고 저급문화에 오염시키면서 말로만은 청소년의 미래를 걱정했던 것이 현실이었다.
그런 현실에서 청소년들에게 좋은 문화를 공급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해 주고, 청소년들이 문화창조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구상은 그 자체가 매우 뜻 있는 일이다.
그러나「문화광장」은 그저 건물과 시설만 만든다고 문화공간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을 운영하는 조직과 교육적 기능이 없으면 무의미한 것이다.
우리에게도 과거 청소년교육시설이 명목이나마 없었던 것이 아니며 현재도 미약하나마 기능하고 있지만 국가의 관심과 체계적 운영이 없기 때문에 유명무실한 것임도 인식해야겠다.
일본에는 국립올림픽기금 청소년종합센터와 같은 청소년교육시설이 전국적으로 1천여 개나 된다.
그것들은 가정과 학교 이외에 청소년들이 접할 수 있는 교육시설로서 청소년들의 성장에 유익한 집단생활체험이나 자연체험·창조체험·교류체험의 장을 마련해주고 있다는 것을 상기해야겠다.
「문화광장」은 물론 단순한 교육시설은 아니겠지만 청소년들에게 건전한 도덕관과 고급문화 이해의 기회를 마련해줄 수 있도록 세심한 연구·배려가 있어야겠다.
또「문화광장」은 청소년을 위한 시설이지만 그것은 전반적으로 미흡한 우리사회의 문화환경을 개선하는 큰 몫을 해야한다는 의미에서 완벽한 문화공간이 되어야겠다.
청소년문화 라고 해서 저급한 것 일수는 없다. 예술의 공연·전시장이 질적으로 우수한 수준을 유지해야만 청소년에게 유익할 뿐 아니라 우리사회 문화발전에도 유익하다는 인식도 있어야겠다.
정부의 청소년「문화광장」구상이 바람직한 결실을 거둘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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