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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개편 '7+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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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첫째, 국제 경쟁력의 확보다. 세계가 정보 전쟁을 벌이는 판에 정보 역량은 더욱 세계화해야 한다. 이참에 경제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처럼 국제적인 '안보 싱크탱크'로 국정원을 키우는 묘안을 찾았으면 좋겠다. 정보맨들 사이에서 "국내 일반정보 부서를 그대로 둬야 해외 역량도 강해진다"(전 국정원 해외차장 A씨)는 다수론과 "일반정보 부서를 축소하고 인력.예산을 해외에 집중하자"(다른 전 해외차장 B씨)는 소수론이 맞서고 있다. 선진국의 정보기관을 살펴보면 어느 경우든 해외와 국내 정보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국제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점에선 이견이 없는 것 같다.

둘째, 조직의 효율화다. 중앙정보부 창설(1961년) 이후 얼마 전까지 규모.업무가 지나치게 팽창하면서 나서지 않아야 할 사안에까지 개입해 온 게 사실이다. 이와 관련, "검찰.경찰.기무사.감사원 등 관련 기관에 넘길 수 있는 업무는 확실히 넘겨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자" (국회 정보위원 C씨), "지금도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른 기관에 넘기면 효율이 더 떨어진다"(현 국정원 고위 간부)는 견해가 충돌한다. 이 중 무엇이 진정 효율성을 높이는 선택인지 기득권을 떠나 정해야 한다.

셋째, 감시.견제 기능의 강화다. 정보기관의 특성상 다른 부처나 민간에 그 역할을 맡길 순 없다. 국회와 국정원 자체의 몫이다. "기본적인 예산 감시조차 겉돌고 있다. 국정원은 세목도 밝히지 않은 채 명세서를 개괄적으로 준다. 그나마 분석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국회 정보위원 D씨), "정보기관을 강하게 컨트롤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의원들이 보안을 지키지 않는다."(전 국정원 해외차장 A씨)…. 고삐 놓인 말은 마구 달리게 마련이다. 다소 어려움이 있더라도 국회와 자체의 감시.견제 기능 강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넷째, 조직의 탈권력화다. "정보요원은 차단과 상명하복의 원칙을 지키므로 지시받은 임무에 대해 개인적.윤리적 의문을 던지지 못한다. 상층부가 대통령 마음에 드는 지시만 계속하면 활동은 당연히 그것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전 국정원 핵심 간부는 "정보기관 수뇌부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참여정부 들어 이미 탈권력화했다"(현 국정원 고위 간부)는 견해가 있지만 "40여 년간 주요 보직은 대통령 측근이나 코드 인사로 채워졌다. 지금도 큰 틀에선 변한 게 없다"(전 국정원 간부 E씨)는 주장도 있다. 현 고위 간부의 얘기가 맞더라도 인사 중립화 등 탈권력화는 더 돼도 나쁠 게 없다.

한 국정원 간부는 "너무 답답하다"고 했다. "현 정부 들어 많은 걸 고쳤는데 정보기관의 특성상 국민에게 자세히 알릴 수도 없고…." 그보다 국민은 더 답답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민 속의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했는데 과연 그랬나. 김승규 국정원장은 과거 어느 수장보다 민주적 리더십을 가진 분이라고 본다. 역대 불법도청 사실을 시인했듯이 일곱 가지 논쟁을 네 가지 원칙에 따라 과감하고 솔직하게 풀어가길 기대한다.

이규연 탐사기획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