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죄한다 … 연구는 계속" 황우석 교수, 줄기세포허브 소장 등 사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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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택 기자

서울대 황우석 석좌교수가 24일 자신의 연구 과정에 윤리적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국민에게 사과했다.

황 교수는 이날 서울대 수의대 강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죄한다"는 말을 10여 차례나 반복했다. 그는 "모든 논란과 파문의 책임은 저에게 있다. 어떤 변명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세계줄기세포허브 소장직을 비롯한 정부와 각 단체의 모든 겸직의 사퇴를 선언했다. 그러나 "난치병 환자를 위한 연구는 계속 하겠다"고 다짐했다.

◆ 연구원 난자 기증="두 명의 여성 연구원이 난자를 기증한 것은 사실입니다. 2002~2003년 당시 난자가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여성 연구원이 찾아와 난자를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미혼인 나이 어린 대학원생이라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두 번 더 그런 의사를 밝혔으나 거절했습니다. 2004년 5월 네이처 도쿄특파원이 '연구원이 난자를 제공했다'고 해 연구원 두 명에게서 그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제공자 한 명이 프라이버시 보호를 매우 강력히 요청해 네이처 기자에게 사실과 다르게 답변했습니다. 당시 그 사실을 털어놓았다면 지금 같은 염려를 끼쳐 드리지 않았을 텐데 후회가 막급합니다."

◆ 연구용 난자에 대한 보상="미즈메디 병원에서 많은 난자가 공급돼 '일부라도 특별한 방법에 의해 조달되지 않겠는가'라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노성일 이사장 특유의 솔직담백한 답변으로 '별문제가 없는 난자들이니 당신은 연구에만 전념하라'고 해 더 이상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노 이사장이) 10월 말 모 방송국 시사프로그램 취재 과정에서 (금전적 대가를 지불한 점을) 사실대로 밝혔다며 전화를 해와서 알게 됐습니다. 결과적으로 본의 아니게 그런 난자가 사용된 점 사과드립니다."

◆ 윤리 문제="연구 업적과 별개로 절차상 미흡함과 윤리적 상처는 하루아침에 치유할 수 없을 정도로 심대하다는 것을 잘 압니다. 지금 시점에서 같은 연구(2004년 2월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연구)를 한다면 이 같은 오판이나 실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저 제 눈앞의 일과 성취 외에는 보이는 게 없었습니다."

◆ 향후 거취="저는 조금이라도 속죄하기 위해 오늘부터 세계줄기세포허브 소장직을 비롯한 정부와 각 단체의 모든 겸직을 사퇴합니다. 1시간 전까지 고민하다 혼자 결정했습니다. 연구직까지 사퇴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국민 여러분의 성원과 난치병 환자들의 희망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위해 순수한 과학도의 길만 걷겠습니다. 백의종군하는 자세로 이루지 못한 숙제 몇 건을 해결하고 떠나는 것이 속죄하는 길이라 생각했습니다."

신성식.김정수 기자 <ssshin@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 바로잡습니다

일부 지방에 배달된 11월 25일자 1면 "사죄한다…연구는 계속" 기사에서 서울대 황우석 교수가 네이처 기자에게서 연구원 난자 제공 얘기를 듣고 연구원 두 명에게 사실을 확인한 시점은 2005년 5월이 아닌 2004년 5월이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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