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음할인 자료 국세청 통보 강행하면 "돈줄 막힌다" 기업들 반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은행에서 할인해간 어음의 세금계산서 사본을 국세청 자료와 대조, 가짜임이 드러나면 어음할인을 못 받게 하겠다는 은행감독원의 방침에 대해 특히 중소기업들은 걱정이 태산같다.
한정된 은행돈이 실물 거래상의 자금 융통을 돕는데 쓰여져야 한다는 뜻은 백 번 옳지만 실제 어음과 세금계산서가 어떻게 오가는가 하는 시중의 관행을 너무나 모르는 처사이며 이것이 획일적으로 강행될 경우 중소기업들의 돈줄이 막혀 연쇄 도산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 같은 「융통 어음의 진성 위장 일제조사」는 지난해 영동개발 진흥 사건에 대한 몇 가지 「대증 요법」의 하나로 실행에 옮겨진 것이어서 중소기업들은 「쇠뿔 빼려다 소 잡는 격」이 될 우려가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현재 국세청은 지난해 12월20일까지 은행감독원으로부터 넘겨받은 약 80만 건의 세금계산서 (83년 상반기 중 어음 할인 분) 사본을 컴퓨터에 입력시켜 오는 3월말 께면 대조 결과가 모두 나오게 되는데 은행 자료와 국세청 자료가 서로 틀리는 경우 해당 기업은 ▲ 부가세를 빼먹었다고 해서 세금 추징을 당하거나 ▲ 있지도 않은 세금계산서를 붙였다고 해서 1∼6개월 간 어음 할인 정지와 함께 벌과 금을 물어야 한다.
은행에 제출된 자료가 세무사찰과도 연결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경우 오는 3월 말부터는 거의 모든 중소기업들이 어음 할인의 길이 막혀 심각한 자금난을 겪게 될 것이 뻔하다.
현재 기업들은 ▲ 세금을 덜 내는 방법으로 외형을 줄이기 위해 세금계산서를 떼지 않는 경우가 많고 ▲ 중소기업들은 세금계산서를 뗄 수 없는 개인에게 물건을 팔고 어음을 받는 경우가 흔하며 ▲ 예를 들어 5백만 원 어치를 팔았으나 상대방이 8백만 원짜리 수금 어음이 있으므로 3백만 원을 갖다 주고 8백만 원짜리 어음을 받아오면서 8백만 원 상당의 세금계산서를 끊어 어음 할인을 받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기업, 특히 중소기업들은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채 은행감독원·국세청의 방침이 강행될 경우 심각한 자금난 끝에 도산까지 하는 기업도 많을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세금계산서의 확인 결과를 오는 3월부터 일시에 원칙대로 적용할 것이 아니라 ▲ 세법 개정 등을 통해 세금계산서가 실제 물건을 사고 팔 때 주고받도록 유도하고 ▲ 대기업부터 우선적으로 적용하는 등 현실을 감안한 단계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