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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요양’ 인가 ‘수발’ 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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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노인수발(요양)보장제도'는 노화나 치매.중풍과 같은 노인성 질환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노인에게 간병.수발이나 간호.기능훈련 등의 서비스를 공적으로 제공하는 제도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역할을 전적으로 개별 가정이 도맡아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국가와 사회가 함께 보살피겠다는 것이다. 이는 노인 수발의 고통으로 인한 가정의 파탄을 방지하고, 저소득층 중심의 현재 시스템으로는 고령사회에 대응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년여간 각계 전문가와 정부 대표로 구성된 위원회가 마련한 시안을 토대로 법률안을 마련했다. 이 법률안에서는 그간 사용해 왔던 명칭인 '요양' 대신 순수한 우리말인 '수발'로 바꿔 제안했다. 구체적인 법 조문화 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점이 지적되었기 때문이다.

첫째, 건강보험법이나 산업재해보상법과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다. 여기에서의 요양은 치료적 의미가 강하다. 둘째, 이 때문에 국민도 노인성 질환의 치료까지 이 제도에서 모두 보장해 주는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방문간호 등 의료적 서비스도 있지만, 간병 수발 등 복지서비스가 주된 내용이다. 그래서 이에 맞게 명칭을 붙이는 것이 제도를 분명히 나타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9월 15일에 열린 공청회에서 명칭에 대한 찬반이 엇갈렸다. '요양보장'인가, '수발보장'인가. 결과는 양쪽의 지지 또는 그 선호가 팽팽히 맞서는 양상이었다.

보건의료계는 요양을 지지한다. 수발이라는 용어는 노인이 필요한 간호나 재활과 같은 의료적 서비스를 포괄하지 못한다고 한다. 한편 복지계는 수발이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간병 수발 서비스가 중심이고 의료는 건강보험에서 담당하면 된다는 것이다.

두 주장의 근저에는 주도적인 역할을 누가 하느냐와 무관치 않다. 또 여성계는 여성에 의한 부모 수발이라는 가부장적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요양을 선호한다. 반면에 시민사회단체는 유사한 제도 간의 혼란도 피할 수 있고 순수한 우리말인 수발이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다고 주장한다. 우리 제도는 간병 수발 등 복지적 서비스가 중심이기 때문에 수발이 타당하다고 본다. 참고로 국립국어원에서도 제도 내용으로 볼 때, 수발이 가장 근접한 우리말임을 회신해온 바 있다.

앞으로 전문가 여론조사, 입법예고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최종 결정코자 한다. 그러나 유념해야 할 것은 제도의 명칭이 달라진다 해도 제도나 서비스 내용이 달라지는 게 전혀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정작 고민하고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은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 위에 이 제도를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아닐까?

장병원 복지부 노인요양제도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