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붐비는 창구 겁내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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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84학년도의 대학입학관문을 눈앞에 둔 수험생들은 지금 마지막 결단의 순간에 서있다.
4, 5일부터 서울대 등 전국 대부분의 대학이 원서를 접수하고 있고 연대·이대·숙대도 6일부터 원서접수를 개시, 9일 하오 6시면 일제히 마감한다.
학력고사점수가 낮거나 고교내신성적등급이 좋지 않은 수험생은 말할 것도 없겠지만 원서를 접수할 때 불안을 느끼기는 고득점자도 마찬가지다. 극히 일부의 초고득점자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수험생이 불안을 감출 수 없는 것은 자신의 점수를 알고난 뒤에 대학과 학과를 선택해야 하는 현행 선시험-후지원 입시제도의 속성이기도하다.
우선 고득점자의 경우를 보자. 가령 인문계에서 합격선이 가장 높은 서울대 법대를 지원하는 수험생이라면 자신이 서울대 법대 모집인원 3백64명에 해당하는 전국등위에 들지 못할 때는 3백15점을 얻은 고득점자라도 전혀 불안이 없을 수는 없다. 인문계에서 전국 3백64위 내에 드는 점수는 3백16점이다.
자연계에서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지망하는 수험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학과 모집인원은 65명. 전국에서 자연계 수험생중 65위에 해당하는 이번 학력고사 수는 3백19점.
그 이하에서는 극단적으로 안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불안은 지나친 기우다. 가장 인기있는 학과라 하더라도 그곳을 지망하는 수험생이 생각하는 것처럼 모든 수험생이 몰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 학과가 수험생, 특히 고득점수험생들에게 가장 선호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동점대의 20∼50%를 넘지 않는다는 것도 수험생들은 아울러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대학입시전문기관이나 고교담임교사들은 아무리 선호도가 높은 학과일지라도 모집정원에 해당하는 등위의 학력고사점수보다는 합격선을 낮춰 잡는다.
인문계예서 2백77점 이상이면 서울대에 합격이 가능하고 연대·고대 등 명문사학의 인기학과와 부산대 경북대 등 지방국립대 간판학과에도 합격이 가능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구랍29일자 중앙일보학파별 지원기준표 참조). 이때 내신등급은 2∼3등급 이상이어야 한다. 서강대·이대·한양대·중앙대 등과 전남대 등의 인기학과는 2백60점선에서도 지원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자연계에서는 2백90점선 이상이면 서울대 인기학과 합격이 가능하고 2백80점대에서는 서울대 상위권학과와 연대 의예과, 그리고 서울대 일부학과는 2백46점 이상이면 도전해볼 만하다.
이 점수로는 중위권 대학과 일부 지방국립대 인기학과에도 지원할 수 있다.
이같은 지원기준은 마감시간이 임박해오면서 흔들리기 쉽다. 모는 수험생이 경쟁상대로만 보이는 수험생으로서는 생각했던 창구가 붐비면 불안을 느낀 나머지 빈 창구를 찾게되고 그러다 보면 엉뚱하게 마음에도 없는 학과에 합격을 하거나 같은 심리로 몰려온 더 많은 경쟁자를 맞게될 수도 있다.
반드시 붐비는 창구가 치열한 경쟁을 해야하는 창구는 아니라는 사실을 수험생들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명문대학의 인기학과일수록「배짱지원」이 많았다는 것을 83학년도 입시결과는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83학년도 서울대 법대입시에서 1지망 합격선은 3백20점에 내신1등급이었고 2, 3지망에서도 3백17점에 1등급 이상이 합격선이었다. 그러나 3백점 이하의 지원자가 2백34명이나 됐고 그 가운데는 내신5등급에 2백78점이하의 수험생이 1백40명이나 됐다.
이같은 사정은 서울대 경제학과·경영학과·정치학과·인문I 등 합격선이 높은 인기학과와 고대법대 등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자연계에서도 사정은 같아서 1지망 합격선이 3백19점에 내신1등급이었던 서울대 전자공학과에 2백78점이하의 수험생이 26명이나 있었고 의예과에는 75명이나 됐다(중앙일보 5일자2 6면, 6일자8면 서울대·고대지원표 참조).
고득점자들이 지원에 소심해진 허점을 노려 이처럼 얼토당토않은 배짱지원을 하는 수험생은 올해는 더 많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일선고교 진학지도교사들의 전망이다. 전반적으로 하향지원추세가 강하게 나타날 전망이어서 이틈을 노리는 수험생이 더 많을 것이란 예상이다.
따라서 점수상황에 지나치게 신경을 쓴 나머지 미리 빈 창구로 도망만 다니게되면 자신이 얻은 점수보다는 훨씬 불만스런 학과에 합격하거나 심한 경우 더 치열한 경쟁을 치르고 낙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원서접수상황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지 말고 담임교사와 상의, 소신껏 지원하는 태도가 올해는 더욱 필요할 것 같다.

<권순용기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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