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주의」사고가 너무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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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4일 새벽 중앙선 이하역구내에서 일어나 17명의 사망자를 낸 열차추돌 사고는 기관사의 부주의 때문으로 밝혀졌다. 먼저 도착한 화물열차가 특급열차의 통과를 위해 대피 선으로 이동 중, 뒤따라온 특급열차가 역구내 진입정지 신호를 무시하고 들어서다 화물열차의 뒤를 들이받아 일어난 것이다. 또한 특급열차의 기관사는 시속25㎞로 돼있는 역구내 안전서행 속도를 무시하고 50㎞로 달렸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한마디로 말해서 기관사가 약간의 주의와 안전수칙만 유의했더라면 아무 탈 없이 안전하게 운행될 수 있었다.
방심과 태만이 가져온 새해 벽두의 참사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하나의 교훈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우리주변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는 물론이요 화재, 지하철공사장 붕괴, 가스폭발 등 모든 안전사고의 원인이 대부분·불가항력이 아닌 부주의와 방심·태만에 의해 일어나고 있음을 상기할 때 사회구성원 각자의 성실한 생활자세와 책임을 다하는 세심한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절감하게 된다.
특히 교통사고는 그 원인의 대부분이 운전자의 잘못으로 일어난다. 작년 한해만 보아도 교통사고의 93·4%가 운전자의 과실로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안전운전 의무불이행 등 부주의 운전으로 일어난 사고가 47%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교통사고는 과실이 있는 운전자에게만 그 피해가 미치는 것이 아니고 승객이나 다른 차량과 보행자에게도 광범위하게 엉뚱한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더욱 주의가 요망된다. 따라서 자신의 생명에 대한 존엄성을 지킬 줄 알아야하며 타인의 생명까지도 아끼고 보호해야 한다는 신념이 없다면 기관사나 운전자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운전이란 기술 이전에 생명에 대한 외경심과 사회에 대한 책임감이 선행돼야할 필수조건이다.
이번 이하철도 사고가 과거에 있었던 대형사고의 규모에 비해 사망자가 그 정도에 그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철도사고가 대형일 가능성에서도 그렇고 선박이나 항공기처럼 자연조건의 영향을 덜 받는 교통수단이란 점에서도 그렇다. 또한 완전한 시설과 좋은 차량, 현대적인 보완장치 등을 갖추는데 따라서는 그 어떤 교통수단보다 안전과 쾌적이 보장될 수 있는 것이다.
사고가 난 중앙선의 경우 전철화는 돼있으나 열차집중 제어장치(CTC)가 일부만 돼있고 복선화가 안 돼있다. 이번 사고의 간접적인 원인 중에는 단선철도라는 점도 지나칠 수 없다. 원활한 수송과 사고발생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복선화가 시급한 일이다. 특히 사고가 빈발하는 중앙선은 험준한 산과 계곡 사이를 헤집고 설치돼 있어 지형조건이 복선화를 어렵게 하고 있으나 산업철도로서의 중앙선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이의복선화는 필수적인 과제다.
열차의 자동정지장치(ATS)가 없는 것도 사고원인중의 하나다. 과로에 시달리는 기관사가 실수로 신호를 잘못판독 했을 경우 이를 막을 장치가 없다면 사고의 위험성은 인정하고 들어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기관사의 실수에 의한 대형사고의 방지를 위한 안전장치는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서 조속히 갖추어져야 할 것이다. 기관사도 인간이기 때문에 가수나 착각, 육체적 장애, 또는 짙은 안개 등으로 육체적인 판별이 어려울 때를 위한 안전보장장치(Perfect proof)가 필수적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안전운행을 책임진 기관사의 완벽한 임무수행과 기관사의 인간적인 조건에 의한 실수를 제어하는 기계적인 장치가 완벽할 때 철도는 가장 안전하고 쾌적한 교통수단이 될 것임은 의심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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