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탁구 양영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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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83년5월9일 도오꾜의 요요기 (대대목) 체육관.
19살의 앳된 나이를 숨길수 없듯 솜털이 보송보송하게 솟은 양영자 (제일모직) 가 제37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개인단식 준결승에서 세계랭킹8위인 중공의 「황준첸」을 3-2로 제압, 대역전승을 거두는 순간, 장내엔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탁구는 이미 중공의 전유물은 아니었다.
비록 결승에서 「차오 옌화」(조연화) 에게 3-1로 져 은메달에 머물고 말았지만 그동안 세계대회 상위를 독점해온 중공아성의 일각을 깨뜨렸다는데 뜻이 있다.
『아쉽긴 해도 억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상대가 세계최강이라는 점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최선을 다해 싸운 한판승부였으니까요.』
양영자 본인도 우승을 놓친 아쉬움보다는 처음 맛보는 세계선수권대회 준우승의 감격이 훨씬 더 컷을 것이다,
세계랭킹1위인 「통링」 을 비롯, 중공국내랭킹1위인「추리웬」(경려연)「황준첸」 올 차례로 잡은 양영자는 73년 사라예보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한국여자탁구에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었다.
행운 뒤엔 불운이 따르는 법인가! 세계대회 후 오른쪽 팔꿈치부상이 악화, 허리부상의 이수자, 손목 부상의 김경자 처럼 슬럼프에 빠져 고생해야만 했다.
그러나 이리남성국교3년때부터 시작하여 10년동안 셀률로이드의 작은공에 정열을 쏟아온 집념과 신앙의 힘으로 마침내 재기, 이제는 84년의 제3회서울오픈, 8회아시아선수권, 85년의 38회세계선수권대회에 대비한 구슬땀을 흘리고있다.
『연습이 이렇게 신나고 즐거운 줄은 정말 몰랐어요.』
삼성종합체육관에서 훈련에 여념이 없는 양영자의 마음속에는 정상재도전의 투혼이 불타오른다. <김인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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