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의 불친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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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나는 택시 타기를 두려워한다.
길거리에서 뛰어 다니면서 택시잡기경쟁도 쉬운 일이 아닌 것이고 어렵게 타고 보면 대다수의 운전기사들의 그 무뚝뚝하고 화난 것 같은 얼굴에 주눅이 들어버려 어서 목적지에 닿아 내리고 싶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좀처럼 택시를 타지 않는다.
며칠전 동대문시장에서 미국에 있는 언니가 사보내라고 부탁한 담요 두장을 사놓고 보니 그 등치가 너무 커 아무래도 버스 타기는 힘들 것 같아 눈 딱감고 택시를 잡았다.
택시는 청계천을 일직선으로 달려야하는데 내가 가야할 곳은 종로3가였기 때문에 청계천2가쯤에서 종로쪽으로 돌아달라고 했더니 기사아저씨는 영락없이 못마땅한 얼굴이 되어 창밖으로 침을 탁 뱉으면서「아주머니가 갈곳이 어딘데요?』하고 퉁명스럽게 묻는다.
『삼일빌딩쪽으로 돌아 파고다공원건너편에 내려주시면 돼요.』가슴을 졸이며 주눅들린 소리로 대답했더니『교통이 막혀 안돼요. 여기서 내려서 이 골목으로 쭉 올라가슈.』
아예 한쪽 손으로 자동차 문까지 열어주면서 내리라는 명령이다.
『아니 아저씨! 이짐을 들고 어떻게 거기까지 걸어가요? 짐 때문에 택시를 탔지, 뭣땜에 거기서 여기를 택시 타고 오겠어요.』
슬그머니 오기도 나고 화도 동해서 나도 제법 대들었던 것 같다.
『에이 재수 없어! 지금 장거리 예약하고 시간이 없는데…그따위 이불짐이 뭐가 그렇게 무거워 그래요. 그렇게 편할 바에야 자가용을 타슈!』
더이상 입씨름 해보아야 별 수 없을 것 같아 나는 길거리에 내팽개 쳐치듯 내려버리고 예외 택시는 휭하니 달아나 버렸다.
왈칵 밀려드는 억울하고 서글픈 심정에 눈물이 쏟아졌다.
서민들의 불편은 서민들끼리 서로가 이해하고 도와나가야 웃는 복이라도 서로가 받겠거늘 어찌해서 우리사회가 이렇게 식어만 가는 것일까. <서울마포구서교동 327의18>임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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