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MBA과정 마친 탈북자 손문식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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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2년 전 한국 땅을 밟은 탈북 청년 손문식(가명.34.한양대 건축학과 4년.사진)씨는 내년 대학을 졸업하면 자본주의 경쟁사회에서 홀로 서야 한다. 졸업에 앞서 그는 온라인 경영교육 전문기업이 마련한 5개월짜리 휴넷MBA 베이직 과정을 15일 수료했다. 이 과정에서 자유시장과 경쟁체제가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것을 알게 된 점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날 오후 서울 용산 국방회관에서 열린 '휴넷MBA 베이직 과정 수료식'에서 손씨는 그는 "자본가란 노동자를 착취해 이익을 뽑아내고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존재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며 "기업은 회사와 경영자.노동자뿐 아니라 주주와 고객이 어우러져 돌아가는 생명체라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휴넷MBA 베이직은 온라인 경영교육 전문기업 '휴넷'이 경영학의 기초를 다지려는 사람들을 위해 마련한 과정이다.

손씨는 "서울에서 생활하다 보니 내가 자본주의적인 지식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신문을 보면 주가.코스닥.이자 등 모르는 말투성이였고 남한 학생들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기도 힘들었다"며 그간의 고충을 털어놨다.

휴넷의 조영탁 사장은 "탈북자들이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이번 과정을 무료로 제공했다"며 "모두 29명이 지원했는데 이 중 10명만이 최종 수료했다"고 말했다. 손씨는 황해도 지방의 한 해안마을에서 자랐다. 출신 성분이 나빠 남들보다 더 가난하고 힘들게 살았다고 한다. 그의 조부모는 경남 출신이다. 일제 말기에 중국을 거쳐 황해도 지방에 정착했다. 이 때문에 평소 주변에 남한 얘기를 많이 했던 아버지는 손씨가 어렸을 때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갔다. 20여 년이 흘렀지만 지금껏 생사조차 알 수 없다.

손씨는 북한에서 전문대 건축과를 간신히 졸업하고 4년여 동안 건설회사에서 건축기사로 일했다. 1990년대 중반 경제가 급속히 어려워지고 탈북 바람이 일자 손씨도 '할아버지의 고향'으로 갈 것을 결심했다. 99년 겨울 꽁꽁 언 두만강을 넘어 중국으로 탈출했다. 이때부터 남한으로 갈 자금을 모으기 위해 식당종업원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2003년 1월 간신히 한국 땅에 도착한 손씨는 정부의 도움으로 한양대에 편입했다. 그는 "언젠가 통일이 되면 고향마을로 돌아가 내 이름이 새겨진 아파트를 지을 것"이라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내비쳤다. 손씨는 북에 남에 있는 가족의 안전을 위해 이름과 고향 마을 등을 가명으로 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그동안 용모가 많이 변했기 때문에 얼굴은 드러내도 될 것 같다며 사진 촬영에 응했다.

글=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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