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85) 제80화 한일회담(84)화해분위기 깨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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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북한 인정발언, 회담재개 전망에 찬물 54년12월초 사회당의 지지를 얻어 자유당의 「요시다」 (길전무) 수상으로부터 정권을 쟁취한 민주당의 「하또야마· 이찌로」일본수상은 12월27일 한일국교정상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대한 메시지를 보내왔다.
「하또야마」 수상은 동양통신과의 서면회견 을 통해 『나는 일찌기 한일양민족의 선린친화의 확립이 대국적으로 보아 쌍방에 공통되는 이익이며 동시에 동아의 안전을 위해서도 불가결한 요건인줄 믿고있다』 고 전제,『나는 이같은 확신 아래 양국관계의 정상화를 도모할뿐 아니라 더욱 나아가 적극적으로 우호친화의 확립에 노력할 각오』 라고 다짐했다.
새 정권의 사령탑이 한일관계에 돌파구를 열 「각오」 를 밝힌데 대해 우리측도 상당한 기대를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정부는 55년1월말부터 3월말까지 김용식주일공사와 곡정지일본외무성고문간에 7차례에 걸쳐 회담재개를 위한 협상에 임하도록 했던 것이다.
「하또야마」 수상은 55년2윌초 한일관계 수립을 위해 이대통령과 회담하고 싶다고 흘리기조차 했다.
이대통령은 이에 대해 2월4일 공보처를 통해 『아직 공식적인 성명을 받지 않은 관계로 공식적인 성명을 하는것은 적당치 않으나 개인적 입장에서 「하또야마」 수상을 비롯한 일본관리들의 제의를 환영한다』 는 이례적인 담화로 응수했다.
이대통령은 장문의 담화에서 『우리는 과거를 용서하고 어떠한 배상도 바라지 않았으며 최소한의 조건을 가지고 회담에 임했던 것』 이라고 설명하고 일본측의 맹성을 촉구했다.
김공사와 곡정지고문간의 비공식접촉에서 일본측은 「구보따」 말언을 철회할 용의를 비치기도했다. 양자간에는 회담재개를 위해 한일 우호수교조약안, 한·미·일가의 상호불가침공동선언안등을 작성하는 교섭이 진행될만큼 진전됐다.
이와 병행해 워싱턴에서도 양유찬주미대사와 정구정부주미 일본대사 (제1차한일회담일본측수석대표)사이에서도 접촉이 진행되고 있었으며 서울과 동경의 미국대사들도 분주히 움직였다.
「하또야마」 수상은 3월9일 『재한일본재산은 미국이 벌써 처분해 이것을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에서 일본이 승인한 것이니 결국 형식상으로서는 한국만이 청구권을 가진 셈』 이라고 언명, 대한일본재산청구권을 처음으로 포기할 뜻을 시사해 금명간 결렬된 회담의 재개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할 정도였다.
그러나 역시 일본인은 믿을 게 못됐다. 「하또야마」 수상은 3월9일 중의원에서 『대한재산권처구를 포기하겠다고 말한바 없다』 고 부인해 그의 성의를 믿었던 우리측의 일루의 희망에 찬물을 끼얹었다.
여기에 하층 「하또야마」 수상의 진의를 의심스럽게 한 사건이 벌어졌다. 2월25일 북한외상 남일은 성명을 통해 평화공존의 입장에서 일본과의 무역관계와 문화교류를 희망하고 아울러 일·북한관계수립 발전에 관한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고 대일추파를 던졌다.
물론 남일의 이같은 추파에 대해 일본문화성 정보국강 (대변인) 은 같은날 『전혀 고려하지 않고있다』 고 거절했기 매문에 우리 정부는 의심스럽긴 했으나 그냥 지나쳤다.
그러나 「하또야마」 수상은 3월26일 중의원 예산위에서 그에 대한 소견을 묻는 질문에 『모든 국가와 미국과 가능한한 우호관계를 증진하고 싶다』고 답변했다.
쉽게 말하면 그의 말은 한반도에 2개국가가 있다는 것을 밝힌 셈이어서 그 뉴스가 국내에 전해지자 우리는 큰 충격을 받지않을 수 없었다.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양다리외교는 나의 견해로는 이때부터 싹튼 것이 아닌가 싶다.
변외무장관은 4월6일 이같은 일본의 일동외교자세를 강력히 비난했다. 특히 일본민간인의 북한방문이나 북한정권과의 접촉에 의한 무역은 우리로선 일본의 용공정책으로 보지않을 수 없었다.
이대통령이 누차 강조한 자유진영의 일원으로서 일본의 자세확립에 문제점이 극명하게 나타난 것이고 「덜레슨」 미국무장관이 추진하던 동북아조약기구 (NEATO) 안에 일본의 참여를 반대하는 이대통령의 자세는 더욱 강경해져 결국 NEATO창설안은 유야무야될 수 밖에 없는 영향을 미치게 됐던 것이다.
결국 「하또야마」 수상은 2월27일의 총선을 겨냥해 한 방편으로 양국관계의 개선안을 내세웠던 것으로 이해할수 밖에 없는 사태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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