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제품도 매뉴얼 숙지하지 않으면 무용지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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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윤지인(32)씨는 최근 유럽 여행에서 네덜란드·프랑스·스페인에 펼쳐진 보석 같은 풍광을 즐기고 왔다. 하지만 멋진 풍경을 눈앞에 두고도 아쉬운 상황이 종종 있었다. 셀카봉을 챙기지 못해 풍경을 담은 셀카를 찍기 어려웠던 것. 여행에서 돌아와 친구에게 얘기했더니 스마트폰 사용설명서를 제대로 읽지도 않았느냐며 핀잔을 들었다. 나중에 매뉴얼을 확인해 보니 윤씨의 스마트폰에는 풍경을 찍으면서 자신도 함께 사진에 담을 수 있는 ‘듀얼 카메라’ 기능이 있었던 것이다.

웹·모바일 매뉴얼이 대세

매뉴얼 개발·제작 전문기업인 ‘한샘EUG’가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제품 사용설명서 인식 및 활용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사용 중 설명서를 확인한다는 비율은 86.7%로 사용 전에 확인하는 비율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 이유로는 사용 중 궁금한 사항 발생(39%), 새로운 기능의 사용법을 몰라서(31.9%), 고장난 것 같은 현상(16%) 때문이라고 답했다.

최근 매뉴얼 제작 트렌드는 ‘전자화’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지고 어디서나 인터넷 접속이 가능해지면서 인쇄물로 제공하는 정보는 최소화됐다. 상세 매뉴얼은 PDF로 배포하거나 모바일 페이지로 제작해 스마트폰으로 확인하도록 유도한다.

인쇄물을 제작할 때는 인쇄와 제본, 배포 단계에서 시간과 비용이 들지만 전자 매뉴얼은 이런 과정을 생략함으로써 제조원가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스마트폰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매뉴얼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소비자의 58.1%는 “매뉴얼이 불편하다”고 답했다. 정보가 너무 많아 정작 필요한 정보는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삼성 갤럭시 카메라는 이러한 문제를 앱 형태의 매뉴얼로 해결했다. 구글스토어를 통해 매뉴얼을 다운받은 후 필요한 기능을 검색하면 되는 것이다. 원하는 촬영 조건을 넣으면 총 576가지의 기능 중에서 검색 알고리즘에 따라 적합한 기능을 자동 추천해 준다.

맞춤형으로 누구나 사용하기 쉽게

가구 브랜드 ‘이케아’의 제품 설명서에는 텍스트가 없다. 간단한 그림으로 제품 조립과 유의사항을 알려준다. 누구든 그림만 보고 따라 만들 수 있다. 이 매뉴얼은 이케아의 심플하고 편리한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한샘EUG 김양숙 대표는 “사용자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사용설명서는 제품의 활용도를 높이기 때문에 국내 유수의 제조사들을 중심으로 매뉴얼 제작 전문 기업을 활용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며 “소비자 편의뿐 아니라 국내 제조업의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문적인 매뉴얼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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