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꼬마들이 펴낸 『문학의 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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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벌써 몇 달전의 일이지만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
내 교실로 6학년 여학생 셋이 찾아왔다. 문예부원인 인교, 의정, 경희는 서로미루다가 겨우 말문을 열었다.
『선생님, 저… 저희가「5인문학희」를 만들려고 하는데요…』
그 말을 듣고 적잖게 놀랐다. 국민학생들이 스스로 문학적인 모임을 만들겠다는건 금시초문이었다. 그래서, 장난삼아 꺼낸 말인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들이 내민 8절지 크기의 도화지 두장에는원고가 깨끗이 정리되어 있었다 바로 인쇄기에 넣어도 좋도록 고칠 곳 하나 없지 않은가, 나는 그들의 글을 다 읽어본 뒤 너무나 대견스러워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아마 이런 국민학생 문학회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일걸, 부디 중도에서 그치지 말고 발전해 나가러라.』
그보다 앞서 3학년 내 반 아이들의 학급문집을 만드느라고 문예부원 몇 명을 부른 적이 있었다. (그때 문학회를 만들게 된 여학생 셋과 남학생 둘이 끼어 있었다) 그들은 문집이 만들어지는 인쇄과정에 대해 꼬치꼬치 물었고, 자기들 손으로 이루어지는 제본과정을 신기해했다. 아마 그 일이 어떤 동기가 되지않았는지…
이렇게 되어 다섯 꼬마들이 「문학의 샘」이라는 회보를 매월 펴내고 있다. 내가 지금까지 숱하게 글것기를 가르쳐 왔지만 이린 수확은 참드문 일이다. 갈수록 글쓰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이 늘어가는걸 생각하면 진흙속에서 피어난연꽃이라고나할까.
그렇지만, 교사들이 지금보다 조금만 더 수고한다면 이런 연꽃은 얼마든지 피어날수 있으리라 매일 쓰는 생활일기, 매월 펴내는학급신문, 반 학생 모두 참여하는 문집등은 글짓기에 좋은 토양이 될것이다
나는 학생들이 글짓기에도 전자오락 못지않은 매력을 가질수 있을 거라는확신을 가지고 오늘도 늦은 시간에 원고지 더미를 뒤적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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