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공부] 우리 아이가 특정 과목에 재능 있는 것 같은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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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 실력이 어느 정도일까'하는 궁금증에 초등학생 학부모들까지 경시대회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지만 경시대회의 홍수 속에서 혼란스러운 학부모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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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39.서울 개포동)씨는 "지난달 초등학교 5학년 딸이 참가하는 외국어경시대회에 처음 갔다가 참가 인원이 너무 많아 놀랐다"며 "이런 시험을 많이 보는 게 좋은 건지, 아이만 못살게 구는 건 아닌지 헷갈렸다"고 말했다.

학력경시대회 참가의 효과와 혜택은 무엇인지, 어떤 기준으로 골라 봐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봤다.

◆ 아이의 수준과 흥미 고려해야=경시대회를 보면 전국의 상위권 학생들과 비교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수학 등 특정과목에 재능이 있는 학생들에게는 좋은 자극과 격려가 된다.

서울시교육청 임세훈 장학사는 "수학이나 과학 등 특정 교과에 재능이 있고 어려운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의지를 가진 애들이 한 반에 많게는 3~4명 정도 있다"며 "이런 학생에게 또 다른 목표를 설정해 준다는 점에서 경시대회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성균관대 주최 수학경시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고동영(12.구일초 6년)군의 어머니 최기윤(44.서울 구로1동)씨도 "저학년 때부터 경시대회에 보냈는데, 아이가 워낙 수학을 좋아해 소질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준과 흥미를 고려하지 않은 경시대회 참가는 오히려 아이의 기를 꺾기도 한다. 위은실(38.서울 논현동)씨는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일 때 한국수학경시대회(KMC)에 내보냈다가 충격 받은 아이를 한동안 달래야 했다. 학교에서는 수학을 잘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예 문제를 이해 못할 정도로 시험이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다. 위씨는 "그때부터 아이를 학원에 보냈고, 다른 경시대회에서 입상을 하기도 했지만 아이가 수학적으로 매우 뛰어난 건 아닌 것 같아 요즘은 안 시킨다"고 말했다.

경시대회를 지나치게 많이 보는 것은 아이를 시험에 질리게 할 수 있다. 하늘교육 임성호 실장은 "1년에 2~3회 정도, 규모가 크고 권위 있는 대회를 중심으로 본인 수준에 맞는 학년에 응시하는 게 좋다"고 설명한다.

특히 신뢰성 있는 평가 결과를 얻으려면 역사가 오래된 대회, 주최 기관이 변하지 않는 대회를 중심으로 선택해야 한다.

◆ 최근 2~3년간 실적만 진학에 반영=상급학교 진학에 경시대회가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실제로 따져보면 대부분의 경시대회는 직접적인 혜택이 있다기보다 '사전 연습과정'의 의미가 강하다. 지원자격에 활용되는 것은 최근 2~3년간의 수상실적으로 제한되고, 그나마 반영되는 대회의 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대신 특목고 진학을 생각한다면 경시대회를 일종의 '모의고사'로 삼을 수 있다. 임성호 실장은 "경시대회 문제는 특목고나 대학의 구술면접 문제와 유형이 비슷한 편이어서 시험 준비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초등학생은 수상실적이 영재교육원에 들어가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보통 영재교육원은 학교장 추천을 받아야 시험볼 수 있는데, 학교장이 수상실적을 참고해 추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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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별로 인정하는 대회 달라=과학고.외고 등은 지원자격이나 가산점을 인정하는 경시대회를 입시요강에서 밝히고 있으므로 참고해보자. 예를 들어 국제영어대회(IET)는 대원외고 특별전형 지원자격으로 유일하게 채택되는 경시대회다.

민사고 주최 수학경시대회도 민사고를 지원하는 학생 중 상당수가 응시한다. 성균관대가 주최하는 전국 영어.수학 학력경시대회는 외대부속외고.대일외고 등에서 인정하는 대회여서 외고 지원 중학생들이 특히 관심을 갖는다. 외고에 비해 과학고는 까다롭다. 서울지역 과학고는 올림피아드에만 가산점을 부여하며, 시교육청 대회는 2005년도 이후 것은 반영하지 않는다.

대학 중 서울대와 고려대는 올림피아드 수준의 대회만 인정하고 있다. 연세대는 대학 등에서 주최하는 각종 전국 규모의 대회도 인정하지만 대회의 규모와 수상자 비율 등을 고려해 가산점을 달리 반영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경시대회 수상실적을 20여개씩 내는 학생들도 있지만, 실제로 반영되는 건 1~2개뿐"이라며 "수상실적이 있다고 무조건 가산점을 받는 것은 아니므로 잘 따져보고 응시해야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9월 초중등교육법이 개정되면서 학생생활기록부엔 '교육부나 시.도교육청, 지역교육청이 주관하거나 학교장이 추천하는 대회' 이외의 수상기록은 기록하지 못하게 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림피아드 수준의 대회만 학생부에 반영된다"며 "2008년 대입이 학생부 중심으로 바뀌면 경시대회의 효력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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