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권 없는 음악 총 감독제는 무의미 | 총감독 경질 계기로 본 KBS 교향악단의 앞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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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KBS 교향악단은 29일로 지난 만 2년 간 그를 이끌어 온 음악 총감독 이강숙씨가 떠나고 새로이 김만복씨가 감독 대행직을 맡게 됨에 따라 어떤 형식으로든지 변화가 불가피하게 되었다.
김만복씨는 그 역할이 새로운 교향악단 운영체제가 갖춰지기까지의 공백 기간을 대행하는 것이니 만큼 앞으로 과연 어떤 형태가 이루어져 난마처럼 얽힌 문제들을 해결하느냐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우선의 관심은 종전의 음악 총감독제를 계속 할 것인가 이다. 많은 음악인들은 교향악단의 음악과 행정을 총 책임질 수 있는 권한과 의무가 주어지지 않는 한 음악 총감독제는 의미가 없다고 얘기한다.
따라서 현재의 KBS교향악단의 체제하에서는 그 본래의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에따라 다시 현재의 서울시향이나 종전의 국향과 같은 상임 지휘자 제도를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음악과 행정을 분리, 운영하는 것인데 역시 권위있고 실력있는 유능한 지휘자가 필요하다. 그밖에 3, 4명의 지휘자가 함께 책임을 맡고 악단을 이끌어 나가는 집단 지도 체제를 과도기를 넘기는 방법으로 제안하는 사람도 있다.
음악 평론가 박용구씨는 방송국과 교향악단이 2인 3각으로 보조를 맞춰 나갈 수 있는 음악 감독을 겸한 상임 지휘자가 좋으리라는 의견. KBS와 연주 횟수 등의 계약을 맺고 유기적 관계를 유지하되 음악이나 인사에는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한편 오는 11월 초 수석 객원 지휘자로 있던 「발터·길레센」씨가 계약 기간 만료와 함께 떠나게 됨에 따라 KBS교향악단에는 젊은 전임 지휘자 금난새씨만 남게 됐다.
따라서 지휘자 또는 트레이너의 확보 문제는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로 등장했다. 또 전면 오디션을 둘러싸고 교향악단을 떠났던 타악기의 박동욱씨와 트럼핏의 서현석씨, 그리고 그와는 다른 이유로 최근 KBS를 떠난 오보에의 이한성씨 등 수석급 단원들의 재입단도 활발히 거론되고 있다.
박용구씨는 『일단 오디션을 통해 단원 선발을 대원칙으로 했다면 시종일관 그 방법대로 밀고 나가는 것이 옳을 것 같다』고 얘기하면서 실력있는 단원도 중요하지만 함께 어울려 화음을 만들어 낸다는 자세 또한 교향악단 단원에게는 실력 못지 않게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소리만으로 판별한 전면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단원들이니 만큼 국향시절과 비교하면 70∼80%가 새로운 얼굴로 바뀌었다. 연령층도 평균 30대 초로 대폭 젊어졌다.
그에 따라 기본 기량은 월등해졌지만 경험 부족에서 오는 응용 기량의 미비, 인화 등 약점을 안고 있다.
이러한 KBS교향악단이 안고 있는 약점을 정확하게 파악해 훈련시킬 수 있는 강력한 트레이너가 필요하다는 것이 음악계 인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속한 교향악단에 애정과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단원들의 마음을 한 곳에 모으게 할 구심점 역할을 할 리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금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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