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체제가 돈흐름 바꿔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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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저금리체제는 지난 상반기동안 시중 자금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
주로 남는 돈을 굴리는 쪽인 개인 (가계·개인기업 포함) 들은 금리가 낮은 은행예금이나 신탁 대신 금리가 높은 기업어음·주식등의 유가증권·단자예금등에 돈을 갖다 맡겼고, 때문에 돈을 꾸어쓰는 쪽인 기업들은 금리가 싼 은행돈을 충분히 쓰지 못한채 금융코스트가 비싼 기업어음·회사채·사채등에 자금줄을 댔다.
28일 한은이 잠정 분석한 올 상반기중 시중 자금순환 동향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중 1백만원의 여유자금이 생긴 개인은 평균해서 ▲주식등의 유가증권을 사두는데 37만3천원 ▲기업어음을 사는데 11만원 ▲보험가입에 14만4천원 ▲단자부 예금에 4천원등을 쓰고 ▲은행의 저축성 예금가입에는 36만8천원 ▲신탁을 드는데는 2만7천원등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82년 상반기중의 자금운용패턴과 비교해보면 금리인하가 거듭됐던 1년새 개인의 저축성예금은 30.8%, 신탁은 48.1%씩 줄어들고 기업어투자·단자예치·보험가입 등은 크게 늘어난 것이다. 특히 개인의 보험가입액은 지난해 상반기에도 1년 전에 비해 62.8% 늘었고 올 상반기에도 다시 지난해에 비해 60.5%나 늘어나 보험업이 가장 뛰어난 성장산업임을 보여주었다.
한편 법인기업들은 은행차입비중이 작년 상반기중 38%였던 것이 올 상반기에는 16%로 떨어져버렸고 대신 기업어음을 팔고 회사채를 발행하고, 그것도 모자라면 사채라도 얻어쓴 이른바 직접 금융비중은 지난해 상반기의 42.3%에서 올 상반기중 61.7%로 늘어났다.
개인들이 은행에 돈을 맡기지 않으니 은행의 대출여력이 줄어들었고 기업들은 조달 코스트가 높은줄 알면서도 직접금융에 기대게 된 것이다. 한편 올 상반기중 정부·기업·개인등 각 부문 사이에 오간 자금거래 총 규모는 통화긴축으로 지난 상반기보다 2.4% 정도 줄어든 12조2천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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