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경수로 샅바싸움' 끝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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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북한이 핵무기와 핵시설, 핵프로그램 중 무엇을 신고하고 어떻게 폐기하느냐의 문제는 크게 보면 하나의 과정이다. 하지만 기술적으론 많은 단계와 수년에 걸치는 시간이 필요하다. 북한은 단계마다 상응조치를 요구할 테고, 나머지 참가국들과 단계마다 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 북한과 미국은 이미 장외에서 "선(先)경수로 제공"(한성렬)과 "선(先)자진신고"(크리스토퍼 힐)로 '샅바싸움'을 벌였었다. 특히 경수로 제공 시점과 북한의 우라늄 핵프로그램 존재 공방 등은 회담의 최대 암초다.

어떤 길로 가느냐를 정하는 것도 어려운 문제다.

한국 등은 '행동 대 행동'이 순차적으로 포함된 단일 로드맵을 주장하지만 미국은 ▶핵 폐기와 상응조치▶북.미 또는 북.일 관계 정상화▶한반도 평화체제 등 주제별로 나눈 '멀티 트랙' 형태의 접근법을 선호한다.

회담은 9일 개막한 뒤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에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6개국 수석 대표들이 모두 APEC 정상회의를 사전 준비해야 하는 실무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뭔가 끝을 보는'회의는 될 수 없다.

'누가, 언제, 어떤 조치를 취하느냐'는 실질 문제와 '일정상의 한계'때문에 성과 도출 가능성이 없다는 얘기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 회담에서 관련국은 최대치를 제시하면서, 차기 회담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실질 협상이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일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룰 실무회의 설치를 제안할 가능성이 크다고 교도통신이 5일 보도했다. 북한은 이에 맞서 핵무기 프로그램 폐기 이전에 경수로를 공급받는 문제를 논의할 실무회의를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고 통신은 전했다. 산케이 신문도 이번 회담에서 ▶경수로 제공▶핵 폐기를 위한 구체적 절차▶검증 체제▶폐기 대상 핵 시설 등을 다룰 분야별 실무회의가 설치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최상연.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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