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측근도 망언 "일본에서는 전범이 없다"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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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앙포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자민당 총재 특보가 “일본에서는 전범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산케이신문이 12일 보도했다. 전날 아베 총리의 지역구인 야마구치(山口)현 시모노세키(下關)시에서 ‘일본의 긍지와 명예 회복의 원년으로’라는 제목으로 진행한 강연에서다.

그는 “일본에서는 국회의 결의에 따라 전범은 명예가 회복됐으며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전승국도 이를 인정했다”며 “이 같은 사실을 설명하고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기우다는 아베 총리의 2013년 12월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서는 "총리는 전쟁을 하고 싶어서 야스쿠니에 간 것이 아니다”며 옹호했다. 그는 지난해 8월 15일 패전일을 비롯해 봄·가을 제사 등 주요 계기마다 아베 총리를 대신해 야스쿠니를 찾아 공물료를 봉납해왔다.

하기우다는 "나는 날조라고 생각하지만 아사히신문의 위안부 관련 오보가 얼마나 국익을 해쳤는지 검증하고 정리해 사실을 국제 사회에 알리고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아베 총리가 오는 8월 15일 즈음에 내놓을 예정인 전후 70년 담화에 대해서는 "평화를 존중해 온 전후의 행보를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급진 수니파 무장세력(IS)의 일본인 인질사태와 관련해선 “아베 총리는 2주 동안 제대로 잠도 못 자고 유럽과 미국, 중동 국가들과 정보를 교환하며 인질 2명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며 “백발도 부쩍 늘었다”고 치켜세웠다. 올해로 창당 60주년을 맞은 자민당에 대해서는 “어느덧 정권 유지가 목적이 되고 본래 목적인 자주 헌법 제정은 연기되고 있다”며 “아베 총리를 선두로 개헌을 위해 노력하고 일본의 긍지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기우다 특보는 자민당 선거대책위원회 사무국장과 수석 부간사장도 맡고 있으며 아베 총리의 심복으로 통한다.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河野)담화를 노골적으로 부정하거나 무력화하는 발언을 수시로 반복하고 있다. 지난 9일엔 아베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 작성과 관련 “사전 검열과 같은 기운 높아지고 있지만 재량권은 총리에게 맡겨야 한다”고 말해 사전 협의를 요구하는 연립 여당 공명당과 야당의 거센 반발을 샀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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