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회전 빨라지고 CP이율 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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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영동」사건의 여파는 금융·증권·기업전반에 큰 영향을 미쳐 돈의 흐름이 빨라지고, 주식들을 내다 팔며, 중소기업들이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영동」사건직후의 흉흉하던 분위기는 차차 가라앉아 금융시장이 차차 진정세를 되찾고 있다.
은행예금·대출
추석 때 나갔던 현금위주의 돈들이 일부는 세금 등으로 계속 들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영동」사건이 터졌으므로 예금계수에 즉각적인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추석직후인 지난 22∼25일 사이 저축성예금은 1천6백21억원이 늘었고 사건이 발표된 26일과 다음날인 27일에도 저축성예금은 각각 2백70억원, 3백51억원씩 늘었다.
이는 통화가 풀려나가니 급전을 지원받은 기업들이 일단 단기저축성예금을 은행에 맡겨놓고 어음결제에 대비하기 때문이다. 요구불예금은 24일 6백억원이 줄었다가 26일 3백10억원이 늘고 27일에는 다시 3백30억원이 빠지는 등 기복이 심하다.
한편 사고가난 조흥은행을 비롯, 각 은행들은 일시적으로 가계대출·신용대출 등이 올 스톱된 상태다.
특히 신용대출은 취급자가 희수책임을 지게되므로 사고와 처벌이 잇따르는 요즘 상황에서 이미 약속됐던 것까지도 모두 취소하는 형편이다.
어음부도율
지난 26일 0.3%로 놀랄 만큼 뛰어올랐던 시중어음부도율은 27일 0.22%, 28일 0.17%로 비록 여전히 높은 수준이긴 하지만 26일에 비해서는 수그러들었다. 사고와 직접 관련된 기업어음의 부도액수를 제외한 어음부도율은 26일과 27일 0.13%, 28일 0.1%로 역시 다소 흥분을 가라앉혔다.
그러나 올 들어 계속된 시중어음부도율 0.04∼0.06%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0.1∼0.17%는 매우 높은 부도율이며 통학당국은 이 정도 수준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있다.
단자·사채
28일 현재 총 수신은 4조7천2백억원으로 추석직전인 24일보다 3백45억원이나 줄었다.
반면 총 여신은 26일 5조2전35억원, 27일 5조2천2백95억원으로 하루에 2백60억원이 늘었으나 28일에는 다소 주춤, 97억원이 줄어들었다.
한편 CP(신종기업어음)발행금리는 24일 13.84%, 25일 13.93%, 27일 13.98%로 비교적 급격히 오르고 있다.
영동개발진흥의 곽근배씨와 신한주철의 손창선씨가 대주주로 되어있는 태평양투자금융은 지난26일 이후 예금이 계속 빠져나가자 5개 시중은행이 차월한도를 늘려 자금지원을 해준 덕으로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다.
태평양투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현재 2백억원인 자본금규모를 2백50억으로 늘리기로 각 주주들과 합의, 이를 재무부 측과 협의하고 있다. 현재 곽근배씨와 손창선씨의 76억여원에 상당하는 출자지분은 조흥은행이 담보로 가지고 있다.
CP매출액은 하루 고작 97억∼1백21억원에 불과, 지난 8월말·9월초의 하루 매출액 1백30억∼1백50억원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명동주변의 사채시장은 아예 거래가 끊겨 액수가 큰 일부 대기업의 진성어음만이 아주 드물게 할인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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