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포인트 레슨] '8·31 대책' 이후 두 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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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세금과 규제를 대폭 강화한 8.31 대책이 나온지 두 달이 지났다. 전국적으로 아파트와 토지에 대한 매수세가 실종되면서 그동안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던 지역을 중심으로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재건축 물량이 많은 강남 지역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 1억원 이상 호가가 떨어진 곳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의 일반 아파트값도 거래가 끊기면서 약보합세로 돌아섰다. 전국적인 집값 안정세도 두 달간 지속되고 있다.

그렇다고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보긴 어렵다. 한달에 3~4%씩 폭등하다가 0.3~0.4% 조정받는 것을 두고 본격적인 하락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락이라기보다는 보합이나 안정세로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대책 이후 한가지 두드러진 변화는 전셋값이 큰 폭으로 뛰었다는 것이다. 분당과 강남 등 인기 지역에서는 전세물건 품귀 현상이 나타나 부르는 게 값인 상황도 연출됐다.

또 대책의 초점이 주택과 토지에 집중되자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은 상가로 투자자가 몰려 입지가 좋은 상가 가격이 폭등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이 때문에 발표 두 달만에 이미 8.31 대책의 약효가 떨어졌다는 성급한 판단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책 내용의 법제화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고, 세금 정책의 효과가 시차를 두고 서서히 나타나는 점을 고려하면 효과를 평가하기에는 너무 이른 것으로 보인다.

일부 급매물이 팔렸다고 해서 시장이 반등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볼 수는 없다. 제비 한 마리 날아들었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니다. 대다수 투자자들은 짙은 관망세를 보이며 부동산 군살빼기에 나설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정부의 공영개발 방침에 따른 주택공급이 실행되는 시기까지 여유를 가지는 게 나아 보인다. 다만 처음 집을 사는 사람이라면 저리의 자금 대출이 가능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로 저가 매물이 쏟아질 신규 입주단지에 관심을 가져봐도 좋겠다.

곽창석 부동산퍼스트 전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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