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동결 역작짜낸 서석재 부총리|"외채감안 긴축 룰가피사통과 보랍 교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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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예산에 관한한 점잖은 장관없는 법이다. 한푼이라도 더 따내는 것이 상수요, 그것이 바로장관의 영향력을 말해주는 중요한 바로 미터이기도 하다. 가뜩이나 처음 치러내는 예산동결이고 보면 예사롭게 치렀을리 만무다.
『자기부처 예산깎는데 기분좋을 장관이 어디있겠어요. 사실 그동안 잠관들끼리 얼굴붉힌 일도 적지 않았고 전화통을붙들고 통사정하는 경우도 많았읍니다.
동결작업에서 가장 힘들었던고비는 역시 비중이 큰 지방재정에 대한 특별교부금을 잘라내는 일이었어요. 한두푼이면몰라도 1천3백억원이나 되는돈을 당초 약속을 깨고 동결을 명분으로 안주겠다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러나 고통스러웠던만큼 보람같은것도 느껴집니다-』
취임 두달만에 예산동결의 홍역을 치러낸 서석준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 어떤 부처와는지금까지도 서먹서먹한 구석이남아있을 정도라며 동결의 여운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동결, 동결하니까 어감도 좋지않고 너무 경직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합니다. 앞으로는 동결예산이라는 표현을 쓰지말고 흑자예산이라고 불러줬으면 좋겠읍니다.』
-그러나 예산동결한다면서 수업료나 수도요금을 올려 돈을거둬들이면 무슨 의미가 있겠읍니까.
『예산동결을 하든 안하든간에 인상요인이 있는것을 근본적인 해결없이 무작정 눌러놓는것은우선 옳지 못합니다. 누른다고안정될 물가도 아닐뿐더러 누적된것이 한꺼번에 폭발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과거에 충분히 경험하지 않았읍니까.
수업료만해도 예산에서 무한정 지원할수 없는 일이고 철도요금같은것은 근본적인 대수술이 불가피합니다.』
예산동결에 따른 부작용도 따져 보셨는지요. 우선 가뜩이나낮은 공무원봉급을 동결 시켜버리면 사기저하뿐만아니라 정화적인 차원에서도 문제가 아닐는지요.
『정말 딱한 점입니다. 그러나 예산을 동결하는 마당에 공무원 봉급만을 올린다면 그것 역시 있을수 없는 일이지요. 일종의 비상조치로 예산을 동결하는 것이니까 내년 한햇동안공무원 스스로가 참고 견뎌나가도록 해야지요.』
무엇을 물어도 논리정연하던 그도 공무원 처우개선 이야기가 나오자 별수없이 안타깝다는 표정만을 지었다.
-아무래도 내년예산 동결이 너무 무리하는것 아닙니까. 작년예산증가율이 20%, 금년이 11·8%, 내년에 가서는 5%정도로만 증가율을 낮춰도 층분하다는 지적들이 있읍니다만-.
(대뜸 경제지표책자를 집어들고 물가부문을 들추면서) 『보십시오. 예산증가율은 그동안의숫자를 봐도 물가상승률과 직결되어 있음을 알수있어요. 물가자체가 최근들어 급속히 안정된 상황에서 나라살림살이라고 해서 종전의 관성대로 짤수는없는 노릇이지요.
더우기 외채문제를 감안할때는 다소 어려움이 있더라도 내년예산동결은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일본이나 대만의 경우를봐도 국제수지가 적자에서 흑자로 바뀌어나가는 과정에서 상당한 재정긴축이 이뤄졌어요.』
-내후년에도 예산동결을 고려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까. 『아니예요. 동결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중요한것은 세출을 얼마나 늘리던간에 흑자예산을 계속 짜나가야 하는 일입니다.』
-저물가·저금리·저배당에 이제는 예산동결까지 선언하고 나섰는데 일련의이같은정책이 너무교과서적이라는 비판이 있는데-
『불만이나 비판이 없을순 없지요. 우선 경제여건이 최근들어 많이 달라졌기 매문일거예요. 예컨대 종래에는 확대일변도의 정책과 들뜬 분위기가 최근들어서는 상당히 차분해지고있다면 누구나 답답한 감을 느끼게 마련입니다. 심리적인 압박감도 있을테고 또 상황변화에 따른 충고의 전환에는 어느정도 시간이 걸리겠지요.』 <이봉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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